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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 “오늘의 나 만든 ‘특등 콤플렉스’ 벗으니 자유로워”

박중훈 “오늘의 나 만든 ‘특등 콤플렉스’ 벗으니 자유로워”

입력 2011-04-29 00:00
업데이트 2011-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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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왕’ 주연 박중훈

20년이 넘도록 주연만 해 온 배우는 인터뷰 대상으로 ‘양날의 칼’이다. 캐낼 거리가 많지 않다. 하지만 언론의 속성을 꿰뚫고 있는 만큼 ‘섹시한’ 답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후자를 염두에 두고 27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박중훈(45)을 만났다.

새달 4일 개봉하는 ‘체포왕’이 핑계다. 포상이 걸린 체포왕을 놓고 인접한 마포서와 서대문서 형사들의 이전투구를 그린 코믹 액션영화다.

공동주연 이선균(36)과 주진모·이한위 등 조연들의 연기도 맛깔스럽지만, “코미디 연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면서도 맞춤옷을 입은 듯 실적 쌓기에 도가 튼 ‘황구렁이’ 황재성 팀장으로 분한 박중훈이 돋보인다. 데뷔 26년차로 41편의 출연작을 가진 배우, ‘영화계 인맥 종결자‘라는 이 남자가 궁금했다. 오전 11시에 시작한 인터뷰는 약속한 12시를 훌쩍 넘겼다. 박중훈의 제안으로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40분을 더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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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의 입담은 여전했다. 그는 “1980년대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를 시작으로 40년(1980~2010년대)에 걸쳐 주연으로 히트작을 낸 국내 유일한 배우”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껄껄 웃었다. 이종원 선임기자jongwon@seoul.co.kr
박중훈의 입담은 여전했다. 그는 “1980년대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를 시작으로 40년(1980~2010년대)에 걸쳐 주연으로 히트작을 낸 국내 유일한 배우”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껄껄 웃었다.
이종원 선임기자jongwon@seoul.co.kr


●선배 감독·연기자가 후배들보다 편해

→이번이 6번째 형사 역인데 ‘체포왕’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점이 끌렸나.

-그 무렵 들어온 시나리오 중 가장 재밌었다. 요즘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웃음).

→연쇄 성폭행범 추격 장면이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다. 젊었을 때 찍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와 비교하면.

-아현동에서 해뜰 때부터 질 때까지 열흘 내내 뛰었다. 그래도 ‘인정’ 때가 육체적으로는 8~9배 더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 내 나이도 젊은 것 아닌가(질문 중 ‘젊었을 때’란 표현이 걸렸던 모양이다)? 남자에게 40대는 인생의 하이라이트다. 체력도 20대 때보다 그리 떨어지는 걸 못 느끼겠고…(“지금보다 젊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더니 웃는다). ‘라디오스타’를 마흔에 찍었는데 당시 ‘극중 퇴물가수와 박중훈의 모습이 겹친다.’는 평가를 보고 의아했다. 톰 크루즈가 나보다 3살, 브래드 피트는 4살이 많다. 그들은 한창이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왜 달리 보는 걸까. 영화계뿐 아니라 사회가 조로하는 것 같다. 그러면 장인이 나오기 힘들다.

→임권택 감독 작품(‘달빛 길어올리기’) 바로 다음에 신인 감독(임찬익) 작품을 선택했는데.

-솔직히 선배 감독이 더 편하긴 하다. 내 맘대로 제안해도 적극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월권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신인 감독과 할 땐 자기 검열이 심해진다. 그래서 임권택, 이명세, 강우석 감독님이 편하다.

→배우들과도 비슷할 것 같다.

-안성기 선배보다 (아홉살 아래인) 이선균과 할 때가 어렵다. 안성기 선배한텐 ‘형님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라고 하면 ‘제안’이 되지만, 이선균한테 같은 얘기를 하면 ‘제한’이 될 수 있다.

→형사만큼 건달도 많이 했다. 어느 쪽이 편한가.

-형사 쪽이다. 직업 자체의 정의감, 고뇌 등이 저절로 연기를 하게 해 준다. 미국에서 연기 못 하는 남자 배우를 가리키는 농담으로 ‘저 배우는 형사를 줘도 못할 거야.’란 표현이 있다. 대신 관객의 연민을 얻는 데는 루저 같은 깡패가 용이하다. 깡패는 조금만 인간적이어도 마음이 간다.

→전에는 영화 ‘대부’의 말론 브랜도 같은 보스 역할을 부러워했던 것 같은데.

-전엔 무조건 강해야 했다. 선두 그룹에서도 1등만 해야 한다. 누가 앞서가는 꼴을 보지 못했다. 박중훈식 조어로 ‘특등 콤플렉스’ 정서가 20~30대를 관통했다. 지금은 자유롭다. 영화 속에서 슈퍼맨을 안 해도 편안하다. ‘특등 콤플렉스’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지만, 돌아보니 ‘투 머치’(너무 과했던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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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새 박중훈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많은 감독·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위부터 ‘라디오스타’(안성기) ‘해운대’(엄정화) ‘내 깡패같은 애인’(정유미) ‘달빛 길어올리기’(임권택 감독) ‘체포왕’(이선균).
최근 5년새 박중훈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많은 감독·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위부터 ‘라디오스타’(안성기) ‘해운대’(엄정화) ‘내 깡패같은 애인’(정유미) ‘달빛 길어올리기’(임권택 감독) ‘체포왕’(이선균).


●감독 데뷔·토크쇼 한번 더 도전하고파

→다양한 역을 했는데 사람들은 코믹 이미지를 떠올린다.

-어떤 배우가 하나의 이미지를 못 가지면 불행한 거다. 이미지가 자기 복제되고 답습되면 그 또한 불행하다. 26년 동안 41편을 찍었다. 그 정도면 어떤 배우라도 물리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코미디 이미지는 좀 희석되지 않았나? 출연작 가운데 내게 멍에 같은 작품이 ‘할렐루야’(1997)다. 그런데 14년 전이다. 이후 ‘게임의 법칙’(1994)이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 누아르 같은 영화도 잘됐다. 하나의 이미지만 있다고 하기엔 좀 그렇다.

→배우 말고 다른 욕심은 없나.

-감독도 마음에 있다. 감독이 탐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얘기를 표현하자니 감독을 해야겠다. 그런데 아직 구슬로 못 꿰겠다. (시나리오를) 남을 시키자니 성에 안 차고. 오만한 남자의 얘기인데 아직 익지 않았다. ‘체포왕’이 개봉하면 본격적으로 매달려 볼까 한다.

→조기 종영했던 ‘박중훈쇼’(2008년 12월~2009년 4월) 같은 토크쇼를 한번 더 하고 싶다고 했는데.

-물론이다. 50, 60세쯤에 다시 하고 싶다. 시대상을 반영하면서도 클래식한 포맷은 가져가고 싶다. 당시 박진영이 “형, 우리나라에선 (단독 MC가 진행하는 미국식 토크쇼는) 안 돼요.”라고 하더라. 우리나라는 (토크쇼를 떠받칠 만큼) 사연 많은 게스트가 많지 않기 때문이란다. 예컨대 굴곡 많은 가수 이하늘은 좋은 게스트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K양이라면 가능할까(박중훈은 실명을 쓰지 말아 달라고 했다).

→토크쇼가 일찍 막을 내려 실망이 컸겠다.

-난 병적으로 긍정적인 사람이다. 실패하면 유쾌하진 않지만 절망스럽지도 않다. 전투에 졌다고 전쟁에서 진 건 아니다.

●“할리우드 재진출 위해 엄청 노력해요”

→박중훈이 패한 전투는 무엇인가.

-흥행보다 배우로 외면받은 영화가 아프다. ‘인정사정’ 전에 찍은 일련의 자기 복제 코미디물이나 ‘해운대’에 대한 부정적 반응들은 견디기 힘들었다. 절대적인 확신을 갖고 찍었는데 안 좋았던 ‘세이 예스’나 ‘박중훈쇼’도 그렇고. 범법행위로 걸린 것도 있고…. 하지만 인생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면 후회하는 건 도움이 안 된다. 지금은 배우로서 보너스라고 본다.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할리우드에 진출하지 않았나.

→할리우드 재진출은 계속 노력하나.

-무지 많이 한다(웃음). 한달 전 미국에 다녀왔는데 조너선 드미(박중훈이 출연했던 미국 영화 ‘찰리의 진실’ 감독)의 집에서 그의 아내, 영화 관계자들과 저녁을 먹었다.

→‘체포왕’의 흥행 전망은 어떤가.

-입이 방정이라 말하기 조심스러운데 손해는 안 볼 것 같다(‘체포왕’의 손익분기점은 180만명).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11-04-2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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