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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프리뷰] 삼국지:명장 관우

[영화프리뷰] 삼국지:명장 관우

입력 2011-05-13 00:00
업데이트 2011-05-1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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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수 관우 영웅 이미지 지켜주는… ‘조조’의 재해석

후한(後漢) 말부터 위(魏)·촉(蜀)·오(吳)를 거쳐 진(晋)의 통일을 다룬 ‘삼국지’만큼 수많은 ‘스핀오프’(본편에서 파생된 작품)를 낳은 작품도 드물다. 방대한 스케일과 두고두고 되새겨 볼 교훈들, 오늘날이라면 불가능할 영웅 들의 캐릭터가 넘쳐나는 덕분이다. 국내에서도 삼국지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작가 이문열이 쓴 삼국지가 1700만부, 황석영의 삼국지도 300만부가 팔려 나갔다.

‘적벽대전 1·2’(2008·09), ‘삼국지:용의 부활’(2008) 등에 이어 또 하나의 삼국지 영화가 개봉된다.

공자와 더불어 중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관우를 전면에 내세운 ‘삼국지:명장 관우’(19일 개봉)다.

영화는 원작소설의 숱한 명장면 중 ‘오관참육장’의 고사를 모티프로 삼았다. 하비성 전투 이후 관우(전쯔단)는 의형 유비의 두 부인을 모시고 조조(장원)에게 몸을 의탁한다. 단, 유비의 생사를 알게 되면 언제든 떠나겠다는 조건을 내건 상황. 관우를 탐낸 조조는 어떻게든 주저앉히려 하지만, 관우는 유비의 소재를 파악하자 박차고 일어선다. 이후 조조의 군사들이 지키는 5개 관(關·작은 성의 개념)을 돌파하면서 6명의 장수를 벤다는 게 ‘오관참육장’의 고사다.

이문열·황석영의 삼국지가 논술 교재로 장려된 덕에 중고생도 다 아는 얘기다. 영화의 치명적인 약점일 수 있다. 때문에 중반부의 흐름은 다소 늘어진다. 그런데도 눈길이 가는 까닭은 두 가지다. 치밀한 심리 묘사로 관객과 평단을 사로잡은 홍콩 누아르 걸작 ‘무간도’ 시리즈의 공동감독 마이자오후이가 연출자라는 점. 마이자오후이는 표면적으로는 관우를 앞세운다. 하지만 정작 말하고 싶었던 건 ‘간웅’(奸雄)으로 평가절하된 조조의 재해석인 듯 하다.

살려 보내면 후환이 될 걸 알면서도 연모하는 관우를 보내준다. 자신을 척살하려던 후한 황제를 관우가 죽이려고 덤빌 때(영화적 설정)는 온몸으로 막아서고, 관우에게 비난이 쏠릴 상황에서는 영웅 이미지를 지켜주려고 총대를 맨다. 한 황실의 후예인 유비를 정통으로 보는 소설 ‘삼국지’의 설정에 익숙한 이들에게 마이자오후이의 해석이 다소 충격적일지도 모른지만, 덕분에 신선함을 얻었다.

또 다른 포인트는 조조 역의 장원과 전쯔단의 매력이다. 장원은 ‘햇빛 쏟아지던 날들’(1994)로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 감독·주연상을 휩쓴 데 이어 ‘귀신이 온다’(2000)로 프랑스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국민 배우다. 난세의 현실정치인이지만 결코 비난할 수 없는 조조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현역 배우 중 무술실력으로는 최고수라는 전쯔단은 액션뿐 아니라 관우의 고민과 갈등까지 ‘연기’했다. 그의 키가 175㎝란 점(삼국지에서 관우는 9척-한나라 시대 1척은 23㎝-으로 묘사된다)은 아쉽지만, 전쯔단 만한 적역이 없으니 넘어가자. 110분. 15세 관람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11-05-1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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