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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농성 100일, 조계사에서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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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전국을 밝혔던 촛불은 서서히 그 힘을 잃어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외쳐댔던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은 기억 멀리 잊혀지는 듯 하다. 촛불집회를 주동했다는 이유로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는 ‘촛불 수배자들’이 조계사로 피신한 지도 지난 12일로 100일을 훌쩍 넘겼다.

 14일 오후 조계사에서는 법회가 한창이었다. 대웅전 뒤켠에 위치한 수배자들의 천막은 소식을 모르는 사람들도 한 눈에 알아볼 만큼 눈에 띄었다. 하지만 법회에 참석한 불자들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불공을 드리는 데 한창이었다. 심지어 천막 안의 수배자들을 향해 인사를 하는 불자와 스님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이 조계사 경내로 ‘잠입’해 들어온지도 벌써 102일째. 마치 수배자들의 천막은 조계사의 일부로 느껴질 정도로 일상적인 분위기였다.

■ “이명박 정부 잘못에 맞설 또 다른 대책 모색 중”

 ’촛불 수배자’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천막은 김동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 등 6명의 수배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천막 한켠에 쌓인 빨래와 수북한 책들이 ‘반승반속(半僧半俗)’으로 사는 그들의 생활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천막안의 수배자들은 각자 노트북 등을 이용해 최근의 정국 및 뉴스들을 일일이 살피는가 하면 간간히 찾아오는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집을 떠나 조계사에 자리잡은지 3개월이 훌쩍 지났지만 그들의 표정은 편안해보였다.

 대책회의 김동규 팀장, 그는 “이제 농성 생활에 익숙하다. 조계사측의 배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비록 밖으로 나가지는 못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것도 파악하고 있고, 외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과 전화 등으로 연락도 취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팀장은 “광우병 문제는 이제 지난 이슈가 돼버렸지만 그 후에도 이명박 정부의 실정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는 정부의 실정을 규탄하는 대국민운동을 도울 것이다. 현재 민주민생연대가 발대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우리도 그 작업을 돕고있다.”고 전했다.

 조계종측에서 수배자들에게 ‘나가달라’는 간접적인 언질을 보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 일은 없었다.”고 일축하고 “우리는 촛불정신을 이어나가는 활동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거취문제는 이 같은 활동을 살릴 수 있도록 적절한 시기와 방식을 택하자는 게 우리 내부의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 佛門을 찾아든 지친 중생을 내쫓는 법이 어딨나?

 수배자들을 받아들인 조계사 역시 수배가 풀리지 않는 한 그들을 내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힘에 부친 중생들이 불문을 제 발로 들어왔는데 내쫓는 법은 없다.”는 것이다. 조계사측도 수배자들을 ‘생활의 일부분’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조계사는 특히 지난 11일 교육원장 청화스님을 전계사(계법을 전해 주는 사승)로 수배자들의 수계식을 봉행하면서 그들을 불제자로 받아들이기까지 했다.

 조계사 이세용 총무과장은 “우리의 입장은 처음과 달라진 것이 없다.”며 “정부가 대국민 화합차원에서 (수배자들을)끌어안아야 한다. 불구속 수사도 가능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수배자들의 경내 생활에 대해 이 총무과장은 “잘 지내고 있다. 아침에 108배도 하고, 마당 청소도 하고 있다.”며 “모범적인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수배자들이 장기간 머물러서 스님들과 불자들이 불편해 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경내 스님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 벌써 100일이나 지났는데 뭘…(불편해 하겠나)”이라고 대답했다.

 이 총무과장은 조계종 일각에서도 수배자들을 수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물론 사견이라면 그럴 수 있지만 종단 어른들의 의견에 큰소리를 내고 있지는 않다.”며 “우리는 강제로 나가라고 못하고 쫓아낼 수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 “저들은 범법자 아닌 애국자들”

 수배자들과 조계사측이 ‘아직은 나갈 때가 아니고 내보낼 생각도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조계사를 찾는 불자들도 대부분 그들의 농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듯 했다.

 조계사를 찾은 불자 윤모(62·여) 씨는 “나는 수행하는 사람이라 수배자들이 머무는 것에 신경을 쓸 일이 없다.”고 말했다. 윤 씨는 또 “수배자들이 있다고 해서 불공을 드리거나 법회를 하는 데 전혀 불편한 점은 없다.”며 “수배자들을 둘러싸고 시끄럽다고들 하는데, 그것도 다 수행의 하나다. 문제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불자 임영선(58) 씨는 “수배자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경내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무슨 불편함이 있겠나.오히려 측은할 뿐”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더 나아가 “정부에서 범법자라고 하는데 사실 저 사람들이 뭘 잘못했나.”라고 반문한 뒤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한 애국자들 아닌가.”라며 수배자들을 앞서 옹호하기도 했다.

 그는 “자비를 배푸는 것이 불교다. 부처님 품에 들어온 사람들을 뿌리칠 수 없는 것 아닌가.”라며 수배자들을 받아들인 종단의 결정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임씨는 “오히려 수배자들을 추방하라고 조계사 주변에서 기자회견·집회를 하는 단체들이 더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신도들이 불편하지 않다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더 난리다. 불교의 교리에 대해 알기는 아는 사람들인지 의아할 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숨어지내기 힘들지? 우리도 힘들다”

 3개월이 넘게 조계사 주변에서 진을 친 채 24시간 수배자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경찰들도 일상적인 분위기를 보였다. 오랜 감시에 지친 경찰들은 자신들의 자리에 간이의자를 놓고 앉아있었다. 평온해 보이면서도 지루한 듯한 인상이었다.

 한 경찰은 “(조계사 감시는)맡은 임무의 일부”라며 “안에서 농성하는 사람들 만큼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경찰들도 힘들다는 점은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촛불 수배자’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 평행선 달리기를 계속하는 가운데 그들이 머물고 있는 조계사는 지금 ‘평온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촛불 수배자’들이 머무른지 100여일, 이미 그들은 조계사와 불가의 일부로 세상의 일을 멀찍이서 지켜보며 또다른 수행에 나선 듯 보였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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