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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싫어요”…또 갈라진 교육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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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세우기식 일제고사는 보고 싶지 않았어요”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공정택 교육감은 물러나야 합니다.”

23일 전국 중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가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된 가운데 일부 학부모·학생들은 이에 반발,체험학습을 강행했다.서울시교육청은 일제고사 시행에 반발하는 학생·교사 등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상태로 향후 마찰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제고사 강행하는 공 교육감이 싫어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는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교사·학부모·청소년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일제고사 거부권 보장 ▲파면·해임당한 7명의 교사에 대한 징계 철회 ▲일제고사 불참 학생 무단결석 처리 취소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퇴진 등을 주장했다.일부 학부모는 자녀의 손을 잡고 함께 참석했다.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김태균 대표는 “체험학습을 하면 무단 결석으로 간주한다는 공문까지 내려왔다.”며 “아이들의 학교가 전쟁터가 되어 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동당 이수정 서울 시의원은 “시의회에서 공 교육감에게 교사들의 해임과 파면 등에 대해 따졌더니 ‘내가 너무 고집을 부린 것은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고 밝힌 뒤 “하지만 공 교육감의 전횡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학부모 대표와 함께 학생 대표 신정우(15) 학생이 회견문을 낭독했다.체험학습을 신청했으나 학교측이 받아주지 않아 무단결석했다는 신 군은 “학생들에게 등수를 매겨 서열화 시키려는 공 교육감이 너무 싫다.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해주는 교육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등학부모회 정경희 사무국장은 “일제고사는 학교정보공개·고교선택제·교원평가 등과 연결해 학교와 학생들을 줄세우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주장했다.

●경찰,덕수궁 행진 저지…고성·욕설 오가기도



기자회견을 마친 교사·학생·학부모들은 ‘청소년은 일제고사 보기 싫을 뿐이고’ ‘일제고사 꺼져’ 등의 현수막·팻말을 든 채 덕수궁까지 행진했다.이들을 조선일보 건물 앞에서 행진을 막기 위해 출동한 전경 50여명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경찰은 대형 현수막과 팻말을 뺏으려 시도했지만 학생 등의 강한 반발에 막혔다.이 과정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지만 경찰이 물러서면서 상황은 10여분 만에 정리됐다.

현수막을 들고 있던 이모(16)양은 “그저 현수막을 들고 걸어가는 것 뿐인데 너무한 것 아니냐”며 “여학생들이 앞장서 있었는데 물리력을 동원하려 한 것은 지나친 대응”이라고 말했다.

●”체험학습,일제고사보다 유익하다”

덕수궁 근처에 모인 이들은 덕수궁 체험학습 모임과 등교거부 청소년 워크숍 모임으로 나눠 행사를 진행했다.이날 덕수궁 체험학습 강사로 나선 문화연대 황평우 문화유산위원장은 체험학습에 참여한 20여명의 학생들에게 “우리는 역사·문화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며 “이명박·공정택처럼 오만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황 위원장의 인솔아래 덕수궁 중화전 등과 덕수궁미술관을 관람한 학생·학부모들은 “일제고사보다는 체험학습이 훨씬 유익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제고사를 보지 않은 중학생 딸과 함께 체험학습을 찾았다는 박창완씨는 “딸의 의사를 존중하기 위해 함께 참여했다.”며 “무한경쟁을 부추기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일제교육은 분명히 잘못됐다.자녀 교육에 있어서 우선 선택권을 가진 것은 학부모인데 시교육청이 무슨 상관인가.”라고 주장했다.

체험학습에 온 장모(15)양은 “학교는 그냥 빠지고 왔다.아마 무단결석 처리가 될 것”이라면서 “교감 선생님이 일제고사를 안 보겠다고 하는 학생들을 따로 부른다던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박모(15)양은 “일제고사를 통해 열등감을 느끼는 학생들도 많다.”며 “잘못된 교육정책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일제고사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평우 위원장은 “일제고사는 획일화된 교육정책의 결과”라며 “학생들에게 다양한 문화·역사체험을 하게 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교육”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덕수궁측은 난감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한 관계자는 “외국인들도 많이 오는 사적지인데 팻말을 들고 몰려오는 모습이 썩 보기 좋지는 않다.”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우리로선 어쩔 도리가 없다.”며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시교육청 “일제고사가 아닌 학업성취도 평가”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일제고사와 관련 백지 답안지나 체험학습을 유도한 교사에 대해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또 학력평가를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떠난 학생은 무단결석 처리할 방침이다.

기자회견 현장에서 만난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업성취도평가를 일제고사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그는 “학생들의 수준을 알기 위해 치르는 시험을 왜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이 관계자는 지난 10월 일제고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파면·해임당한 7명의 교사와 관련 “이들이 징계를 당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며 “소청심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고 법적으로 해결하면 될 일을 가지고 왜 시위에 나서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일제고사를 둘러싼 교육계의 파열음은 쉽게 그치지 않을 기세다.교육계 안팎에서는 공 교육감 취임 이후 발생한 일제고사·국제중학교 건립 논란 등 일련의 갈등과 대립이 더욱 격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글 /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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