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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유랑길에 선 84년 전통의 동춘서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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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년 전통의 국내 유일의 곡예단 ‘동춘서커스’가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존폐 위기에 놓였다.

1925년부터 시작된 국내 첫 서커스단인 동춘은 그동안의 공연 유지와 최근 신종플루로 인한 지방공연 취소 등으로 경영이 어려워져 11월 15일 서울 청량리 공연을 끝으로 단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최근 한국 서커스의 맥이 사라질 서울 청량리인근 동춘서커스 공연장을 찾았다.

기쁠 희(喜) - “동춘은 내 인생의 전부” (박세환 단장)

-동춘서커스의 매력은?

우리나라의 문화를 말살해 온 일제시대에 연극·쇼·서커스·마술·국악 등 말 그대로 종합예술단이었다. 남녀노소, 3대 가족이 함께 볼 수 있고 외국인들도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었다. 이보다 더 좋은 예술은 없다.

-동춘서커스의 자랑거리는?

텔레비전이 처음 생겼을 때 우리나라의 많은 유명한 배우들이 동춘에서 나왔다. 서영춘, 이주일, 남철, 남성남 등이 동춘 출신들이다. 그뿐 아니라 소재도 동춘의 것을 많이 가져다 썼다. 특히 코미디부분은 거의 다가 동춘 것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은 공연이 있다면?

1996년부터 올해까지 어린이대공원에서 봄꽃축제와 함께 진행된 동춘서커스 공연이다. 15년 동안 유치원 어린이 한명 넘어뜨리지 않고 저렴한 가격으로 서울시민들에게 서커스를 보여줬다. 또 하나는 38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찾아간 강릉단오제 공연이다.

-어려운 서커스 왜 하는지?

동춘서커스는 내 인생의 전부다. 서커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볼거리를 빼앗는 죄인이 되기 싫었다. 마지막 재산까지 다 털어 내가 살아있는 한 동춘서커스를 유지하려고 한 것이다.

성낼 노(怒) - “공연은 11월 15일까지”

-동춘서커스는 어떻게 되나?

단원들에게 11월 15일까지는 내가 전부 책임진다고 말했다. 단원들 월급을 주기 위해 돈을 빌리고 전 재산을 팔고 했지만 역부족이다. 잠정적으로 청량리에서의 마지막 공연인 셈이다.

-정부의 지원은 없는지?

2010년도 문예진흥기금에도 신청했지만 정부에선 묵무부답이다. 뮤지컬이나 국악 등 다른 장르엔 각각10곳씩 지원을 해 준다. 하지만 서커스는 제외됐다. 한 때 우리나라의 대중문화를 유지하고 이끌어 왔던 동춘서커스에 이렇게까지 무관심한 정부가 원망스럽다.

-시대의 변화에 적응을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다. 수십억을 들인다고 해서 관람객이 많은 건 아니다. 동춘서커스에 그런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면 벌써 망했을 것이다. 한 예로 공중곡예사들을 양성하는데 3년 이상 걸린다. 3년 동안 공연은 안하는데 월급은 줘야한다. 개인이 부담하기엔 불가능한 실정이다. 북한, 러시아에서의 서커스는 국가가 관리 지원한다.

슬플 애(哀) - “난 언제나 동춘서커스 곡예사”(김영희 곡예사)

-동춘서커스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

동춘은 나에게 어머니, 아버지같은 존재다. 누군가가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보면 난 당당하게 동춘서커스 곡예사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내가 하는 곡예를 보고 좋아하는 걸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

-가장 힘들 땐 언제인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힘들다. 30년 동안 일해 왔던 동춘이 문을 닫는다는 것이 믿기질 않는다. 우리 곡예사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걱정이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인데 살길이 막막하다.

즐길 락(樂) - “우리의 것은 소중하다.” (박세환 단장)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하고 싶은 말?

내가 있을 때 재정적인 지원이 뒷받침되면 60년대, 70년대 서커스를 다시 찾고 싶다. 3인 그네, 남사당패의 고공묘기, 대나무타기 등을 다시 발굴해서 재연하고 후계자들을 양성한다면 세계 어느 서커스도 따라올 수 없다. 그렇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 난 믿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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