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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에 갇힌 서울 ´아수라장´

폭설에 갇힌 서울 ´아수라장´

junghy77@seoul.co.kr, nasturu@seoul.co.kr 기자
입력 2010-01-04 00:00
업데이트 2010-01-0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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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이었다. 2010년 첫 출근 날인 4일 아침 서울에 폭설이 내리면서 시내 전역에서 하루 종일 교통대란이 벌어졌다. 차량들은 도로에서 거의 움직이지 못했고,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마저 고장나거나 지연되는 바람에 시민들은 무더기 지각 사태를 빚었다. 차량 사고도 잇따랐다. 

▲서울 시내 도로 거대 주차장으로

이날 출근 시간 직전 예상 밖의 많은 눈이 내리자 서울 시내 전체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돌변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오전 5시30분 삼청터널길을 시작으로 인왕산길과 북악산길, 개운산길, 은평터널(신사사거리~터널삼거리), 후암동길(후암삼거리~힐튼호텔), 당고개길, 남태령고개, 이수고가 등 서울시내 도로 9곳의 통행을 통제했다.

오후 2시 들어서는 통제구간이 43곳으로 늘었다. 삼청터널길과 인왕산길, 북안산길, 은평터널길, 후암동길, 당고개길, 남태령길, 이수고가, 내부순환로 진입램프, 방학로, 훈련원로, 소파길, 북부간선도로 진입램프, 잠수교 등 15곳에서는 차량 운행이 완전히 끊겼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는 오전 9시 넘어서도 전 구간에서 지·정체가 이어졌고 동부간선도로와 북부간선도로, 내부순환로 등 주요 간선도로에서는 차량이 갑자기 내린 눈으로 고립되다시피했다. 을지로와 퇴계로 등 도심 주요 도로 역시 제설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차량이 거북이 운행을 했다. 지난달 27일 내린 눈에도 심각한 정체가 빚어진 남산 1·3호 터널은 이날도 차량 통행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변했다.

광화문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오전 5시부터 제설차량 3대를 동원해 눈을 치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오전 8시40분부터 북부도로교통사업소가 차량 7대와 제설인원 85명 전원을 투입했다. 염화칼슘을 64t이나 퍼부었지만 차량은 거북이 운행을 계속했다. 서울 정릉동에서 버스를 탄 박경희(46·여)씨는 “평소 정릉동에서 광화문 KT본사 앞까지 30분 밖에 안걸리던 것이 오늘은 1시간20분이나 걸렸다.”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경복궁 앞 도로에서 자하문터널로 진입하는 오르막길은 낮은 경사에도 불구하고 눈길에 미끄러지는 차량이 속출, 많은 차량들이 지그재그 운행을 반복했다. 갓길에서 스노체인을 감는 차량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체인을 감지 못해 내리막길에서 아슬아슬하게 내려왔다.

숭실대~살피재 구간에서는 오전 제설차가 고립돼 언덕을 올라가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새벽 4시부터 동작구청측이 제설차 2대를 잇따라 투입했지만 제설작업이 무의미해져 직원들이 직접 눈을 치웠다. 차량들은 고개를 올라가지 못해 미끄러지거나 거북이 운행을 계속했다.

고갯길이 많은 강남 테헤란로도 눈지옥으로 변했다. 강남역 사거리에서 삼성역 방향으로 차량들이 잇달아 고갯길에서 미끄러져 다른 차량과 충돌하거나 중간에서 멈춰서는 상황이 발생했다. 미리 차량에 체인을 감지 못한 일부 운전자들은 차량을 길가에 내버려두고 뛰어서 출근길에 나서기도 했다.

짐을 싣지 않은 트럭이나 출력이 낮은 차량들은 도로에서 바퀴가 헛돌아 오르막길을 오르지 못했다. 오전 10시쯤 한남대교 남단으로 내려와 신사역 사거리 방향으로 오르막길을 올라가다가 미처 체인을 준비하지 못한 차량 10여대가 도로가에 고립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같은 시간 교보타워 사거리 인근 오르막길에서는 버스 1대가 눈길에 미끄러져 멈추자 뒤따라 오던 차량 100여대가 잇달아 멈춰서 도로에 고립되는 상황이 빚어졌다.

▲하늘길,바닷길도 마비

하늘길도 끊겼다. 폭설 때문에 김포공항에서 이날 오전에 출발하는 국내선 항공편 운항은 완전히 마비됐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오전 10시 현재 김포공항 활주로에 16㎝ 높이의 눈이 쌓여 첫 비행기인 오전 6시30분발 제주행 대한항공 여객기를 비롯해 오전 10시 이전에 출발할 예정이던 여객기 42편의 운항이 모두 취소됐다. 오전 10시 이후에 출발 예정인 여객기도 10여편이 날지 못했다.



김포공항에서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된 것은 2001년 1월 폭설 이후 9년 만이다. 공항공사측은 “출발 전 항공기 운항 여부를 공사 콜센터(02-2660-2114)나 항공사 예약과로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인천공항에서도 오전까지 여객기 20여편이 결항되고, 100여편의 운항이 지연돼 승객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폭설로 사고 급증

이날 폭설로 자동차 접촉사고가 폭증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오전 10시30분 기준으로 자동차 고장이나 사고를 해결해달라는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긴급출동 요청 전화가 평소 월요일 같은 시간대에 비해 70%나 늘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삼성화재에 접수된 긴급출동 요청 전화도 1만 3000여건으로 눈이 온 지난달 28일보다 10% 가량 많았다.

한편 이날 서울의 일부 경찰서는 폭설이 내리는 오전 비상상황에도 정상적으로 시무식을 가져 시민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강남경찰서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 동안 관내 12개 지구대·치안센터·파출소장 등 간부 및 직원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찰서 2층에서 시무식을 가졌다.

그러나 이 시간 인근 주요도로에는 접촉사고가 잇따르고 극심한 혼잡이 빚어져 경찰의 교통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삼성동으로 출근하다가 차량을 길가에 세워두고 왔다는 직장인 김정현(32)씨는 “교통경찰들은 뭘하고 있길래 사고가 계속되는데도 제대로 통제를 못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글 / 서울신문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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