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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양 4시간만에 첫 시신 … 가림막뒤엔 ‘그 순간’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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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을 삼킨 뒤 줄곧 무섭게 일렁이던 바다는 다행히 잠잠했다. 취재진을 실은 인천 옹진군 소속 517호 행정선 선장은 “하늘이 이제서야 돕는 모양이야.”라고 말했다. 두 달에 한 차례 나올까 말까할 정도로 좋은 날씨였다. 갈매기 몇 마리가 작업 현장을 맴돌며 무심하게 울어댔다.

행정선은 18노트의 속력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함미(배 뒷부분) 쪽으로 성큼 다가갔다. 인양작업 현장 근처에 다다르자 7노트의 최저 속력으로 주변을 시계방향으로 둥글게 돌았다. 실종자 가족들의 타들어 가는 기다림과 전 국민의 염원, 하늘의 보살핌으로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인양 작업 시작

옹진군 백령도 남방 1370m 지점 해역에 가라앉아 있던 천안함의 함미 인양 작업은 15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됐다. 앞서 8시44분에는 침몰 해역 주변에 있던 독도함에서 유가족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모든 실종자를 무사히 수습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위령제가 열렸다. 주변에 있던 해군의 모든 함정은 15초간 애도의 기적을 울렸다.

2200t급 크레인에 매달린 함미는 1분에 1m씩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작업 시작 10분 남짓 만에 갑판 위의 사격통제 레이더실과 하푼 미사일 등이 보였다. 9시22분부터는 해난구조대(SSU) 요원들이 크레인과 연결된 사다리를 통해 함미 갑판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10분이 지나자 함미 맨 끝부분에 적힌 ‘772’ 숫자까지 또렷이 나타났다.

9시30분부터는 자연배수가 시작됐고, 9시58분부터는 인공배수 작업이 진행됐다. 군(軍)은 “자연배수로 430t, 인공배수로 504t의 물을 뺐다.”고 밝혔다. 함미 곳곳에 설치된 배수펌프는 하얀 바닷물을 쉴 새 없이 토해냈다. 펌프 한 대당 한 시간에 1.5t의 해수를 뿜었다.

다행히 기름유출은 거의 없었다. 유류탱크가 격실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군은 설명했다. 기름이 유출됐다면 주변의 까나리 어장이 큰 피해를 당할 우려가 있었다. 10시 쯤부터 바람이 좀 거세지고, 해무가 끼어 보는 이들을 긴장시켰다. 배수 작업이 본 궤도에 오르자 수색작업도 시작됐다. 인양팀 요원들은 10시30분 쯤 함미 바닥인 갑판 아래로 내려갔다.

해수를 뺀 함미 무게는 955t 정도로 추정됐다. 자동차 1000대의 무게다. 선체 무게가 625t이고, 330t은 기름 무게다. 크레인이 늘어 뜨린 대형 쇠사슬 한 개가 끌어 올릴 수 있는 무게는 최대 400t이다. 안전하게 함미를 끌어 올리기 위해 3개의 쇠사슬을 설치한 것이다.

●공중 부양

10시55분 쯤 함미를 올려 놓을 3000t급 바지선이 함미 쪽으로 가까이 접근해 탑재 작업을 준비했다. 독도함에 있던 실종자 가족들도 바지선에 올랐다. 11시20분 쯤 배수 작업은 90% 이상 진행됐고, 11시 25분부터는 공중 부양을 위해 함미 주요 부분에 고정 케이블을 설치했다. 함미를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로 옮기는 역할을 한 바지선은 자체 추진력이 없어 예인선 2대에 의해 이동했다. 선체가 해수면에서 빠져 나올 때는 강력한 표면장력이 작용하고, 부력이 사라져 엄청난 무게가 한꺼번에 쇠사슬에 실리게 된다. 3개의 쇠사슬에 선체 무게가 고루 퍼져 공중에서 수평을 이루는 게 관건이었다.

낮 12시11분. 드디어 함미가 수면 위로 완전히 떠올랐다. 스크루와 추진축의 모습이 서서히 보이더니 배의 밑바닥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손상되지 않은 채 깨끗한 상태였다. 그러나 절단면을 중심으로 오른쪽 부분은 무언가가 떨어져 나간 듯 ‘C자’로 파손됐고, 녹색 그물에 가려진 절단면 쪽 기관조정실, 가스터빈실 등도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보였다.

쇠사슬의 균형을 맞추면서 1분에 1㎝씩 선체를 공중으로 들어올리는 동안 엔진 냉각수가 들어가는 해수관을 통해 함미 안에 남아있던 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처참한 절단면

바지선에 옮긴 함미의 처참한 모습에서, 끝내 죽음을 맞아야 했던 장병들의 고독한 시간이 짙게 묻어났다. 절단면이 여러 겹의 녹색그물로 가려 있었지만 당시 상황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절단면의 실루엣은 곳곳에서 뾰족하게 솟은 모습이었다. 절단면에는 세 곳이 날카롭게 솟아 있었다. 가운데는 높이 솟은 왕관과 같았다. 절단면을 정면으로 봤을 때 가운데 날카롭게 솟은 부분이 오른쪽(좌현)으로 밀려 올라가 있어 함미의 우현에서 강한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닌가 짐작하게 했다.

함미의 좌현은 30m, 우현은 36m로 함체는 일직선이 아니라 비스듬하게 절단돼 있었다.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처럼 갈갈이 찢긴 절단면과는 달리 함미 상부는 외관상 멀쩡했다. 디젤엔진실 상부에 있는 추적레이더실과 그 뒤로 함대함 하푼미사일 발사대 2개, 40㎜ 부포, 76㎜ 주포도 온전했다. 선체 우측에 있어야 할 어뢰발사대 1문과 주포와 부포 사이에 있어야 할 하푼 미사일 발사대, 절단면 근처의 연돌(연통)은 이미 알려진 대로 유실돼 보이지 않았다.

함미의 뒷부분에는 ‘천안’이라는, 해군을 상징하는 하얀색 글씨가 회색 바탕에 외롭게 새겨져 있었다. 바닷속 21일간은 함미 곳곳의 페인트를 벗겨 냈다. 대신 선체는 서해바다 뻘과 같은 짙은 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크레인선 주변에 띄운 소형크레인선인 유성호에서는 민간 인양업체 관계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기름 유출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방제선 2척과 옹진군 어업지도선 2척, 광양함·독도함·옹진함 등 군함 3척도 크레인선 주변을 지켰다.

●탑재 차질

부양 작업 시작 15분 정도가 지나자 함미를 탑재할 바지선이 서서히 움직였다. 함미는 그대로 공중에서 균형을 맞춘채 그 아랫부분으로 바지선이 이동해 함미를 탑재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함미는 25m쯤, 건물 10층 높이로 들어올려졌다. 들어올릴 때와 마찬가지로 함미는 평행을 이루며 천천히 바지선 쪽으로 내려갔고, 오후 1시12분 바지선에 착지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순조롭게 진행되던 인양 작업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함미를 바지선의 거치대에 오차 없이 정확하게 탑재하는 마지막 난관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바지선에 안착된 것처럼 보였던 선체가 다시 살짝 들어 올려졌다. 선체를 고정시킬 거치대 10여개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파손됐기 때문이다. 함체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으면 바지선 이동이 불가능하다.

결국 거치대를 고치는 작업과 함미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는 작업이 함께 진행됐다. 1시21분 쯤 함미 기관조정실에서 서대호 하사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10분 뒤에는 시신 몇 구가 추가로 발견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수색팀이 더욱 분주해졌다.



●시신 수습

시신은 15척의 고무보트를 통해 헬기가 배치된 독도함으로 이동했다. 이어 이름표와 군번줄, 소지품 등으로 신원을 확인하고 알코올 세척을 비롯한 세부 수습을 거쳐 영현함에 안치한 뒤 태극기로 덮어 순직 장병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 과정을 거쳤다. 1차로 수습된 시신은 헬기를 이용해 임시 안치소가 있는 제2함대사령부로 운구됐다.

수색팀은 3시5분 쯤 함내 진입을 위한 작업등 설치와 통로개척을 완료했다. 거의 동시에 과학수사팀 4명이 승조원 식당에 진입했다. 3시14분 쯤 무너진 거치대 한 곳의 보수작업이 마무리됐다. 군은 함미 내부의 실종자 신원 확인을 위해 해군 관계자 9명과 수사요원 4명, 실종자 가족 4명을 바지선에 탑승시켰다. 실종자 수색은 4개팀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수사요원 1명, 해군 관계자 2명, 가족대표 1명 등 4명이 한 팀을 이뤘다. 군은 사고원인을 밝혀줄 주요 단서인 금속 파편 등을 찾기 위해 함미가 있던 주변 500m 해역을 정밀 수색했다.

함미를 탑재한 바지선은 실종자 수색이 모두 끝난뒤 2함대로 이동한다. 바지선의 속도가 시속 5~7노트 정도로 느리기 때문에 150마일(240㎞) 거리의 평택항에는 17일 새벽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글 / 김정은 허백윤 김양진기자 window2@seoul.co.kr

영상 / 멀티미디어기자협회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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