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프로그램의 우승자'라면 어떤 사람을 떠올리게 될까. 일단 '가방끈 긴' 고학력자를 떠올릴 수 있고 소위 '번듯한' 직업을 가진 사람을 연상할 법하다.
하지만 최근 한 퀴즈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이 사람은 달랐다.
공식 학력이 중학교 졸업인 임성모(57 · 서울 방학동)씨. 그는 트럭으로 화물을 경기 · 강원 지역에 운송하는 임시직 기사인데 운전하는 틈틈이 공부해 당당히 '퀴즈영웅'에 올랐다.
지난 6일 이른 오후 서울 성수동의 한 공업사에서 그를 만났다. 임씨는 벌써 오전 6시에 일을 시작해 경기지역에 다녀온 뒤라고 했다. 주행거리에 120만여㎞라고 찍힌,17년된 5t 트럭에서 그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낸다.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차의 냉방장치는 고장난 지 오래라 10분만 있어도 셔츠가 땀에 흥건히 젖어버린다. 그래도 그는 목에 커다란 수건을 걸고 차 안에서 짬이 날 때마다 책장을 넘긴다.
집이라고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40㎡ 남짓 되는 집 한켠에 놓인 박스 두 개가 임씨의 책상이다. 책이라고 많을까. 고등학교 지리부도 4권, 퀴즈 프로그램의 기출 문제집, 국어사전 등 20여권이 전부다.
잘하던 공부를 그만 두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시절을 얘기하며 눈시울을 붉힌 임씨는 "아직까지 공부에 대한 열정이 남아 있고,잘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다시 책상머리에 앉은 지 5년 만에 결국 그는 꿈 하나를 이뤘고 이제 또다른 꿈을 막 펼쳐보이고 있다.
투박하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임씨는 9일 오후 케이블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된 'TV쏙 서울신문'에서 만날 수 있다.
서울신문 최여경기자 kid@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