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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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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서울 사직동의 한 건물.이곳에 월세를 내며 지내온 작은 공부방이 이삿짐을 쌌습니다.

공부방을 운영하던 단체는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소보사). 청각장애인 중고등학생들에게 수화로 국어 영어 수학을 가르치던 봉사단체입니다. 2006년에 한 기독교 단체의 후원으로 보증금과 월세 일부를 마련해 공부방을 열었는데 이 단체가 없어지면서 보증금을 회수하는 바람에 건물을 비워야 하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선생님들이나 스태프들은 좌절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이삿짐 트럭에 걸터앉아 수화로 이야기하며 웃거나 손장난을 하다 “까르르” 자지러지기도 했습니다. 수업을 주도하는 김주희(30·여)씨는 “우선 책장 등 큰 짐들은 다니고 있는 교회에 맡겨뒀다.”며 “아직 공부방을 꾸릴 곳을 찾지는 못했지만 우리 중에 갈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소보사엔 좋은 일이 많았습니다. 공부방 출신 3명이 서울신학대와 강남대에 나란히 합격,지금은 김씨를 도와 일하고 있습니다. 소보사가 대학생을 배출했다는 소문이 나자 공부방을 찾는 학생이 26명으로 늘었답니다. 소보사는 비영리단체 등록을 희망하고 있는데 등록 조건 중 하나인 학생수가 충족된 것이지요. 등록이 되면 전액 후원금으로 운영되던 공부방도 공공기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되고 후원금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까지 주어져 후원인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취재진이 ‘우리에게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세요.’라는 말을 수화로 보여달라고 하자 공부방의 청각장애인들은 불편해 하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김씨는 “이곳에 자신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농아는 없다.”며, “그들은 연민보다는 건청인들과 똑같이 배우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특수학교에선 구화(口話,입모양을 읽어 대화하는 것)로 수업을 진행하지요. 하지만 김씨는 수화가 더 빠르고 정확한 의사전달 수단이라고 믿고 있답니다. 이렇게 해야만 청각장애인에게도 보통 건청인 학생 수준의 학력을 보장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곳에서 공부하는 고3 학생 6명 중 5명은 이미 재수를 결심한 상태입니다. 특례입학이 아닌 일반전형으로 입학,건청인들과 똑같은 수업을 받으려면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는 판단에섭니다.

공부방이 어디서 다시 문을 열지 모른다. 건대입구역 근처의 농아인 교단 총회 사무실에 양해를 구하고 곁방살이를 할 수도 있다. 의정부 남양주 부천 등에서 사직동까지 2시간 이상 거리를 다닐 정도로 열심인 학생들이니 어디에서 공부방이 다시 열리건 찾아올 것이다.

누구보다 자립심 강하고 긍정적인 공부방 학생들을 27일 오후 케이블채널 서울신문STV에서 방영된 서울신문의 보도프로그램 'TV쏙 서울신문'에서 직접 만나시지요.

서울신문 김민석기자 shiho@seoul.co.kr

후원 계좌 국민은행 694701-01-278989

예금주 김주희(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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