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빗줄기를 뚫고 달려간 저희들을 반겨주셨습니다.
지난 6월, 케이블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된 ‘TV쏙 서울신문’에서 소개해 드렸던 959전 960기로 운전면허를 손에 쥔 차사순 할머니를 다시 찾았습니다.
할머니가 그토록 바라던 새 자동차를 갖게 된 것은 웬만큼 알려진 일입니다.그런데 할머니가 어떻게 자동차를 몰고 계신지는 잘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북 완주군 소양면 신촌리에 사는 할머니를 찾아 새 차를 모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비에 젖은 차 표면을 수건으로 열심히 닦는 모습과 좁다란 농로를 위태하게 빠져나가는 모습,그리고 집에서 2km 떨어진 주유소까지 가 아슬아슬하게 주유기 앞에 차를 대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재미있으신 할머니는 주유할 때 2만원,3만원어치만 하느냐는 질문에 "누가 가져갈까봐"라고 답해서 폭소가 터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의 다음 목표가 요리학원에 다니면서 빵 만드는 기술을 배워보고 싶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왜 할머니가 그토록 뭔가를 열심히 배우는 게 실은 시골에 혼자 기거하는 외로움을 견뎌내려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외로움을 견뎌내려는 할머니의 몸부림을 지켜보면서 30여년 전 먼저 가신 제 할머니와 10여년 전 세상을 뜨신 외할머니가 떠올랐습니다.그리고 한가위 연휴에 잠시 가족들과 해후한 뒤 곧바로 혼자로 돌아갔을 이 땅의 할머니들을 생각했습니다.
차사순 할머니,부디 안전운전하시고 오래도록 건강하게 사세요.다음에도 놀러갈게요.
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