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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으로 첫 5급 공무원 된 지정훈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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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부산대학교 연구실에서 만난 지정훈 박사(31.컴퓨터공학)는 숫기 없는 청년이었습니다.싫다는 그를 설득해 어렵사리 인터뷰 승낙을 받고 부산으로 내려 간 터라,까탈스럽지 않을까 내심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하지만 15일 케이블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된 'TV쏙 서울신문' 인터뷰 내내 적극적으로 협조해주는 모습에 참으로 고마움을 느꼈습니다.촬영 도중 NG가 났을 때는 물론이지만 취재진의 OK 사인에도 자신의 인터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카메라를 다시 돌리자고 손짓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3년 전부터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중증장애인 특별채용시험 관문을 통과했습니다.중증장애인이 5급 공무원에 특채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그의 말로는 마침 그가 일하게 될 특허청의 정보통신 분야에 자리가 비었고,자신이 지원하자 덜커덩 합격했다며 “운이 좋았다”고 했지만 실은 그 말은 겸손으로 들렸습니다.생후 10개월 때의 뇌성마비로 인한 3급의 지체장애를 딛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옆에서 도와준 선후배,동료들에 대한 그다운 배려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장애인들의 모범이 되어 앞으로 쑥쑥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사명감도 있다.”고 했습니다.

‘딱딱한’ 인터뷰를 어느 정도 끝내고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것을 확인한 그는 이런저런 ‘부드러운’ 얘기들도 풀어놓았습니다.렌즈 앞에서 긴장도 했을 터이고,또한 방송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초면인 기자에게 본심을 털어놓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이답지 않게 순진무구하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12월부터 중앙공무원교육원 연수를 받고 내년 초 5급 공무원의 길을 내딛을 지박사는 불안보다는 기대와 즐거움에 찬 듯 보였습니다.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소회를 묻자 뻔한 정답인양 “기대반,불안반”이라고 대답했지만 인터뷰를 끝내고 부산대학교 교정에서 악수를 하고 헤어질 때에는 하루라도 빨리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싶은 어린이의 안달같은 부푼 마음이 가득히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5시간을 달려 인터뷰한 보람이 오롯이 느껴진 순간이었습니다.

서울신문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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