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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김창원입니다”

“제 이름은 김창원입니다”

bsnim@seoul.co.kr 기자
입력 2010-11-26 00:00
업데이트 2010-11-2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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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입니다.” 한국 이름이 뭐냐는 질문에 한점 빼거나 붙일 필요가 없는 체격에 상큼한 미소가 매력적인 그는 한사코 “김창완”이라고 답했다. 창원 김씨의 시조로서 영 겸연쩍은 일이 아닐 수 없다.한국 이름은 '김창원'이 맞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작은 나라 부룬디에서 온 버징고 도나티엔(32).25일 오후 경기 과천시 별양동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에서 그는 19명의 다른 귀화자를 대표해 국적증서를 받고 선서를 했다. “앞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법과 질서를 준수하며 나라의 번영과 발전에 기여할 것을 선서합니다.”

버징고는 올해 3월 최초로 귀화한 아브라함(가명 38)에 이어 난민 인정자로는 두 번째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부룬디는 아프리카 중부 내륙에 있는 나라로 후투족과 투치족의 종족 갈등으로 내전 상황에 있는 나라다. 국립 부룬디대학 경제학과에 다니던 그는 2003년 8월 대구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 육상경기대회 1만m와 하프마라톤 후보선수로 왔다가 귀국하지 않고 난민 신청을 했다. 내전 와중에 부모를 모두 잃었다. 다섯 형제 중 벨기에와 미국에서 각각 의사와 대학교수로 성공적으로 안착한 두 형을 좇아 자신도 안전한 나라 한국에서 살고 싶어서였다. 인쇄소를 시작으로 시계 공장,카메라 렌즈 회사를 전전했다. 다섯 차례나 체류 연장을 한 뒤인 2005년 6월에야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마라톤에 대한 추억 때문에 동호회에 나갔고 그곳에서 고(故) 김평기 현대위아 부회장을 만났다. 김 부회장의 소개로 창원 국가산업단지에 있는 현대위아에서 차량 부품을 중국에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버징고의 마라톤 최고기록은 2007년 동아국제마라톤 마스터스 부문을 우승하면서 기록한 2시간18분37초. 흔히 말하는 주경야독을 하고 있다.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국사와 국어 등 귀화 시험 준비를 했다. 올봄에는 경남대 경영학부 3학년에 편입해 한국인이 되는 꿈을 키워왔다.  

‘김창원’이란 이름은 2008년 11월 세상을 떠난 김 부회장이 지어줬다. 창원 김씨의 시조가 되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김창원’이라 새긴 명함을 갖고 다니면서도 ‘창완’에 가깝게 발음한다. 그는 귀화 선서를 한 뒤 태극기를 휘저었고 애국가를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이날 귀화한 20명 가운데는 부모와 두 아들이 귀화한 경우도 있었다. 연평도 도발로 안전한 나라가 아니란 점이 증명되지 않았느냐는 우문(愚問)에 그는“나라를 지키기 위해 많은 분들이 노력하고 있다. 괜찮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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