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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들이 발레를?’ 편견을 넘어 우리가 배우는 것

‘노숙자들이 발레를?’ 편견을 넘어 우리가 배우는 것

bsnim@seoul.co.kr 기자
입력 2010-12-17 00:00
업데이트 2010-12-1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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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들이 발레를?

처음엔 멍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몸으로 모든 걸 표현하는 것,남들 앞에 벌거벗겨진 느낌 그런 것들이 공통분모로 다가왔습니다.

다른 아이템 촬영 준비로 바빴던 지난 13일 낮,두어 차례 노숙자들의 잡지 '빅이슈' 취재로 낯 익은 심샛별 국장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노숙자들이 발레 연습에 빠져 있다고요. 이쪽 은어로 '얘기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렇게 서둘러 약속을 잡고 보니 15일,하필 올겨울 들어 최고의 한파가 몰아친 날이었습니다.오전 9시가 조금 안돼 서울 종로2가 사거리에 나가니 벌써 구본춘(34) 씨는 종종걸음을 치며 잡지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오전 7시30분에 나와 그때까지 "빅이슈"라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만 내고 있었습니다.영하 12도의 혹한에도 사거리에 붙박힌 듯 서서 잡지를 판매하고 있는 그를 본 한 외국인이 짤막한 신음 소리를 내뱉고 멀어져갈 정도였습니다.

정말 추웠습니다.오죽하면 '지나가는 대학생에게 잡지 값을 대신 건네고 제발 잡지 좀 사달라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2시간에 두 권밖에 못 팔았지만 꿋꿋이 판매하는 그를 배경으로 스탠딩 리포트를 하는데 연신 입김이 뿜어져 나옵니다.22일 오후 케이블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된 'TV쏙 서울신문'에서 기자의 스탠딩 리포트를 보면 입이 얼어붙어 간신히 발음하고 그나마 온전히 음을 들을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정말 악몽 같은 판매를 마치고 함께 향한 곳이 과천시민회관 안에 있는 서울발레시어터 연습실.거짓말처럼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들이 속옷 차림으로 몸을 솟구치고 있습니다.

길에서 넘어져 팔에 붕대를 감고 있는 구 씨는 단원들 사이로 엉거주춤 어설프게 서있습니다.노숙자들과 발레단이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0월. 국내 최고의 안무가로 손꼽히는 서울발레시어터의 제임스 전 예술감독이 한 정유사의 캠페인광고에 출연하면서 였습니다. 하지만 이왕에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노숙자들의 요청을 전 감독이 흔쾌히 받아들여 이날이 벌써 네 번째 연습입니다. 발레를 함께 관람하는 색다른 기회도 가졌습니다.

제임스 전은 노숙자들의 잡지 빅이슈 코리아를 판매하는 현장을 찾아 잡지를 사달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그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던 것은 잡지를 판매하는 이들이 낯선 사람에게 다가갈 때 자신감이 결여됐던 것이라고 합니다.

분명한 것은 두 부류 모두 서로를 통해 적지 않은 것을 배운다는 점입니다.출중한 외모로 적지 않은 팬을 거느린 조춘엽 씨의 인터뷰를 들어보시면 편견을 넘어 건넨 손짓 하나가 자신들을 얼마나 많이 변화시키는가를 17일 오후 케이블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된 'TV쏙 서울신문'에서 웅변합니다.

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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