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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키운 통장...희망플러스통장 3년이 남긴 자산

희망을 키운 통장...희망플러스통장 3년이 남긴 자산

kangtong@seoul.co.kr 기자
입력 2010-12-17 00:00
업데이트 2010-12-1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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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

지난 11일 토요일 희망플러스통장에 가입한 사람들이 3년만에 만기가 돼 목돈을 타는 졸업식을 보면서 떠올린 말입니다. 처음엔 그냥 형식적이고 뻔한 졸업식이겠거니 생각하고 별 기대없이 행사진행을 지켜봤습니다.

100명의 통장가입자 중 끝까지 완주한 98명의 얼굴엔 벅차고 뿌듯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특히 졸업생 중 정미경씨의 사례발표 때는 참석자들이 모두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정씨는 남편을 사고로 떠나보내고 홀로 두아이를 키울 때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세상을 원망하고 냉소적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희망플러스통장을 만나고 인생의 매듭이 하나 둘 풀어지기 시작했답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따고 꿈도 못꿨을 창업준비도 하면서 자신없고 두려움만 앞섰던 시절은 사라지고 희망과 변화의 시간을 마주하게 됐다고 털어놔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3년의 힘든 나날을 견뎌온 졸업생들이 주는 감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희망3년 이야기’ 영상은 의도적인 연출이 아니었습니다. 냉혹한 현실과 치열하게 맞서 싸워온 3년을 그들은 허심탄회하게 술회하고 있었습니다. 영상을 바라보는 참석자들은 그래서 모두 숙연해지기까지 했습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힘들게 생을 버텨내며 이겨내려는 가난한 이웃들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영상 에필로그에서 그들은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1118일동안, 고맙습니다.”이 한마디 말은 힘든 나날을 이겨낸 것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위로이자 사업을 추진한 서울시와 민간후원기관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다가왔습니다.

하루살이도 힘든 졸업생들은 자축의 의미로 공연도 펼쳤습니다. 그들이 부르는 “이세상 위해 내가 있고 나를 사랑해주는 많은 사람들과 나의 길을 가고 싶어”라는 노래가사는 제2인생을 여는 힘찬 다짐으로 들렸습니다.

14일에는 졸업생 중 실제 창업한 분을 만나기 위해 구리로 향했습니다. 구리여중고 앞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정복남, 김성애 모녀와 인터뷰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식당은 지하여서 그런지 찾아오는 손님들은 드물었지만 전화 주문은 의외로 많아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주변식당에 비해 자장면 등 음식값이 저렴한게 주효한 듯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위와 딸, 사돈까지 가족이 한마음으로 식당을 운영하니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엄마가 미소를 되찾아 너무 기뻐요. 희망통장에 가입하기 전에는 바깥출입할 때도 기운없어 보였는데 지금은 얼굴이 밝아지셨거든요.” 라고 앳되게 말하는 정씨의 딸 김성애씨.

두 모녀의 밝은 모습에서 누구나 인생의 최악인 삶을 살아갈 때가 있지만 그 삶을 어떻게 새로운 힘으로, 희망으로 바꿔나가는가 하는 문제는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서울신문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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