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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동 굿당을 통째로...사라지는 서울을 줍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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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재개발을 앞둔 재래시장, 마지막 상영을 끝낸 극장, 마을 굿을 주관하던 신당. 시대의 뒤안길을 찾아다니며 세월을 머금은 것들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역사박물관 근현대생활유산 수집팀인데요. 이호준 앵커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눈발이 간간히 날리는 겨울 아침. 평소엔 왕래가 드물던 서울시 보광동 골목길의 허름한 집 대문 앞에 낯선 인기척이 들립니다. 안으로 따라 들어가 보니, 예사롭지 않은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굿을 하는데 쓰이는 각종 무구들이 방안에 가득하고, 벽에는 각종 무신도들이 붙어 있습니다. 바로 큰 무당 장남옥씨가 거주하던 신당입니다. 오늘 이곳을 찾아온 사람은 서울역사박물관 유물관리과에서 근현대생활유산 수집을 담당하고 있는 오문선 학예사입니다.

 

고 장남옥씨의 유품을 수거하는 작업이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안전을 위해 포장 및 운송은 전문가들의 손을 빌렸습니다. 40년 동안 보광동 둔지미 당주무당을 맡았던 장남옥씨는 지난해 10월 타계했습니다. 당주무당은 마을마다 있었던 신당의 의례를 주관하는 무당을 말합니다. 고인에게 후사가 없기 때문에, 건물의 소유주인 보광동 제3경로당에서 유품들을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한 것입니다.

 

징, 북, 종, 명두, 제기들을 조심스럽게 포장하고 벽에 걸렸던 산신도 등도 떼어냅니다. 생전에 입었던 무복도 수집대상입니다. 일반인들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이 물건들이 수집담당자에게는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유품들은 보관했다가 박물관에 그대로 복원할 계획입니다. 오문선 학예사는 이런 근현대생활유산을 수집하기 위해 서울 곳곳을 찾아다닙니다. 재개발지역이나 철거하는 상가를 보물찾기 하듯 뒤지는 것도 흔히 하는 일입니다. 그곳에서 울고 웃으며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수집한 물품들은 우선 이곳 서울역사박물관 창고에 보관합니다. 아직 분류작업조차 끝내지 못했지만, 저마다 사연을 지닌 서울의 흔적들이 전시될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피맛골의 맛집이었던 청일집의 옛 물건들이 그대로 옮겨졌고, 요정 오진암의 현판들이나 명동 중앙시네마의 필름, 지금은 철거된 고가도로의 흔적도 이곳에 와 있습니다.

 

[기자 스탠드업]

아무리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것들에게도,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이 배어 있게 마련입니다. 지금 서울역사박물관 근현대생활유산수집팀이 모으고 있는 ‘서울의 추억’은 훗날 후손들에게 소중한 역사가 될 것입니다.

서울신문 이호준기자 sag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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