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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2세들의 남쪽 정착을 부축하는 대안학교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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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동 한편에 있는 삼흥학교. 문을 열고 들어서면 8살에서 13살까지의 초등학교 어린이 17명을 만날 수 있습니다. 보기에는 서울의 여느 초등학교의 어린이들과 다름없지만 가까이 가서 말을 시켜보면 어떻게 다른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이들 어린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는 우리말이 서투르고, 중국어밖에 못합니다. 쉬는 시간에 저희들끼리 중국어로 대화하는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정도입니다. 북한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 들어오기 까지 오랜 제3국 체류와 탈북 생활 탓입니다.

중국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도 여럿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온 호수 같은 파란 눈의 9살 디미트리도 있습니다. 러시아로 탈 북한 아버지와 러시아 엄마사이에 태어났지요. 한국 입국이 이제 2달째여서 우리말은 전혀 못하지만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는 전혀 스스럼이 없습니다.

북한에서 태어나고 자란 정수와 명수 정도가 우리말이 유창하지만 오랜 제3국 생활 탓에 산수랑 자연이랑 배우기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한국에서 4년이나 지낸 13살 희연이는 사회가 가장 어렵다고 말합니다. 아직도 남쪽 사회를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들 어린이들의 부모들 가운데 아빠 엄마 양쪽이 북한 이탈주민도 있지만, 엄마나 아빠 가운데 어느 한쪽만 탈북 했고 다른 한쪽은 중국이나 다른 제3국 사람인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엄마는 북한 이탈주민이고, 아빠는 중국인이나 조선족 동포인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이런 배경들로 인해 이들 어린이들의 정착은 더욱 쉽지 않습니다. 엄마 아빠 양쪽이 다 한국에 있어도 식당이나, 공사판 등에서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여유 있게 아이들을 볼 틈이 없습니다. 학교는 다음달 22일 문을 열지만 시범운영 기간인데도 17명이 이미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또 40여명이 학교 다니기로 한 상태입니다.

이들 어린이들은 학교 부근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함께 기숙 생활을 합니다. 두 세분이 늘 어린이들과 함께 숙식을 같이 합니다. 선생님이라기보다는 엄마라고 하는 편이 더 적합할 것입니다. 채경희 교장선생님 등 선생 다섯 분들도 모두 새터민입니다. 이들은 평양이나 청진, 함흥 등에서 중고등학교 선생님을 하시던 분들입니다. 학생들 중에는 선생님들의 아이들도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함께 단체생활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 터인데 기숙사나 학교에서 생활하는 것을 살펴보니 무척 규율이 잡혀있고 질서정연합니다. 기숙사에서 학교로 이동할 때는 큰 아이는 작은 아이의 손을 잡는 식으로 2인 1조씩 움직이고, 맨 뒤에는 가장 큰 언니 격인 옥희가 늘 동생들을 살핍니다. 설거지는 나이 많은 여자 어린이들이 주로 많이 하고 있더군요. “남자아이들은 안 시키면 하니까, 한 선생님이 남자는 사내처럼 커야죠 하네요.” 북한의 가부장적인 문화를 엿보는 듯합니다.

선생님들에게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한국에 와서 느낀 충격중 하나는 남한 어린이들과 중고등학교 수업시간이 너무 소란하고 질서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 선생님은 여러 중고등학교를 돌아봤는데 아이들이 선생님을 갖고 놀더라면서 고개를 설래 설래 젓습니다. 남쪽에는 너무 교권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또 북한에서는 선생님하기가 무척 어려운데 그 건 학교 당국에서 선생님 들 간에 경쟁을 시키고,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성적에 책임지게 하고, 자신이 맡은 학생들의 성적이 나쁘면 자아비판하고 불이익을 받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학교가 훨씬 느슨하다고 할까요. 그런 느낌을 받았답니다. 이들 선생님들은 한국보다 북한의 사제지간이 훨씬 끈끈하고 인간적인 것 같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내내 한 선생님이 담임을 한답니다. 입학하면 졸업할 때 까지 담임이 바뀌지 않는 것이지요.

초등학교에서도 수업의 3분의 1 정도가 수학이 차지하듯이 수학을 무척 중시하고 있는 것이 특징 중 하나랍니다. 삼흥학교는 탈북 지식인들이 중심이 돼서 세워졌습니다. 몇몇 종교 사회단체들의 후원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11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으니 이제 걸음마 단계지요.

지난해 한국 땅을 밟은 북한 이탈주민은 2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새터민 2만 명 시대에 들어선 것입니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함께 남쪽 땅을 밟은 새터민 어린이들도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새터민 어린이들의 출생과 성장 배경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들 새터민 어린이들이 한국의 건강한 시민으로 자라지 못한다면 통일 한국은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삼흥학교에서는 파란 눈을 한 디미트리나, 북한에서 태어나고 자란 정수나 명수나,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태상이나 소희나 다 다름없이 한 형제처럼 자라고 있습니다. 이들이 남쪽 땅에서 무럭무럭 성장하고 우리사회의 에너지가 되고, 대들보가 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한 단계 더 격이 높은 나라로, 더 다양하고 풍부한 나라로 커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터민 2만 명 시대. 낮선 한국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새싹들이 우리겨레의 희망으로 꽃피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 까요. 이들이 앞날이 꽃길(북한식 표현)만은 아니겠지만 신묘년 토끼 해 내내, 이들 어린들의 웃음과 미소가 환하게 꽃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서울신문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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