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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순 할머니뿐이겠습니까?” 올 겨울 유난히 추운 이들이

“김금순 할머니뿐이겠습니까?” 올 겨울 유난히 추운 이들이

bsnim@seoul.co.kr 기자
입력 2011-01-21 00:00
업데이트 2011-01-2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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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80년대 달동네에 와있는 것 같아요."

18일 아침 7시30분쯤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104번지 일대에 도착하자마자 기자가 회사 데스크에 보낸 문자메시지 중 일부입니다.재개발과 뉴타운 광풍이 한참 몰아친 서울 하늘 아래 이런 동네가 존재한다는 게 놀랍기까지 했습니다.세상 일에 누구보다 기민하게 열려 있어야 할 기자가 할 얘기는 아니었지만 말이지요.

연일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추위에 김금순(73) 할머니를 비롯한 이 마을 주민들이 하루하루를 어떻게 견뎌내는지 동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그래도 김 할머니는 이 마을 주민들 가운데 그래도 형편이 괜찮은 편이란 점은 알아두셔야 할 것입니다.월 70만여원의 기초생활 급여를 받고 있고 남편인 김금용(부부가 받는 노령연금 13만여원,한국전쟁 참전자인 김금용(83) 할아버지가 받는 연금 8만원으로 생활하기 때문입니다.

손주 둘을 키우는 기막힌 사연을 이 자리에서 풀어놓지는 않겠습니다.이 정도로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빠듯하긴 하지만 정부의 사회 안전망에 의해 어느 정도 도움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하지만 이날 점심 시간에 '평화의 집'에서 만난 어르신들 가운데는 훨씬 더 열악한 상황에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정말 냉골같은 방에서 이불을 몇 겹씩 뒤집어쓰고 양말이며 장갑이며 목도리를 두른 채 잠자는 어르신 등 차마 카메라 렌즈에 그대로 담기에 두려워지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1987년부터 '평화의 집'을 세워 지금까지 홀몸 노인 등 어려운 지역 주민들을 돕고 있는 임춘식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25년째 이곳의 살림살이를 떠맡고 있는 자원봉사자 안정자씨 얘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임 교수는 안씨에게 신용카드를 건네며 "어르신들 부족하지 않게,고기 같은 것 빠뜨리지 말고 챙겨서 음식을 준비하라."고 말한다고 합니다.안씨는 일주일에 두 차례 장을 보고 푸드뱅크에서 나눠주는 것들로 매일 상을 차려낸다고 합니다.많을 때는 60명,현재는 40명 안팎의 어르신들이 점심을 드신다고 합니다.

임 교수가 더욱 훌륭하게 보인 것은 그 긴 세월,힘든 일을 해내면서도 '평화의 집'에 사진 한 장 걸려 있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선행을 드러내지 않아왔다는 점입니다.회사에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야 비로소 임 교수의 인자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안씨도 그 못지 않습니다.오죽했으면 10년 전 몸이 좋지 않아 어르신들과 떨어지고 강서구 방화동으로 이사 갔던 그는 어르신들이 전화로 끊임없이 찾는 바람에 다시 어르신들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을까요.안씨는 지하철로 1시간30분,버스로 2시간 걸리는 이곳까지 매일 출퇴근하는 지성으로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답니다.아직까지 건강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라고 하니 '세상에 이런 분이 또 있을까.'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더군요.

김금순 할머니를 비롯한 어르신들,그리고 어려운 형편에도 어르신들을 돕기 위해 매일 점심에 문을 열어 사랑방 역할을 하는 '평화의 집'에 많은 손길이 미쳤으면 하는 마음 입니다.평화의 집 전화 02-930-0030

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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