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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호의 시사 콕 - 김인혜 파문을 보는 눈 ‘이 바닥 뜨고 싶어?’

진경호의 시사 콕 - 김인혜 파문을 보는 눈 ‘이 바닥 뜨고 싶어?’

jade@seoul.co.kr 기자
입력 2011-03-04 00:00
업데이트 2011-03-0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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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쏙 서울신문'은 3월부터 ‘진경호의 시사 콕’이란 코너를 신설합니다. 새 코너는 국내외 현안에 대한 서울신문의 시각을 전해 드립니다. 서울신문 논설위원을 거쳐 현재 편집국 국제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진경호 부장이 코너를 진행합니다. 첫 시간은 제자 폭행 등으로 서울대에서 파면된 김인혜 교수 사건을 다뤘습니다.다음은 방송 내용입니다.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가난 때문에 성악가의 꿈을 접고 지내던 이 청년은 어느 날 방송사의 공개오디션에 나갑니다. 그러곤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미성을 뽐내며 일약 스타덤에 오릅니다. 한국의 폴 포츠가 나왔다며 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박수로 그를 응원했습니다. 그리고 그를 세계적 성악가로 키우겠다며 멘토로 나선 서울대 음대 김인혜 교수에게도 성원을 보냈습니다.

이 김인혜 교수가 서울대로부터 파면을 당했습니다. 학생들을 때리고 제자들에게 금품을 받고 가족행사에 제자들을 무더기로 동원하고…. 대략 이런 게 파면 사유라고 합니다.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가슴이 답답합니다. 가난한 청년에게 구세주처럼 다가온 김 교수의 또 다른 모습에 충격을 받습니다. 새 인생의 문턱에 섰던 그 청년의 상기된 얼굴을 생각하면 같이 속은 것 같고 방송사 오락프로그램에 함께 놀아난 것 같아 울분마저 느낍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봅니다. 김인혜 교수는 정말 홀로 동떨어진 화성인이었을까. 그렇지 않을 거라는 정황증거들을 우리는 숱하게 봐 왔습니다. 예체능계 입시비리에서부터 문화계와 교단의 잇단 비리들을 거의 매일 보고 있습니다. 이번 김 교수 파동을 맞아서도 나도 교수님께 상납했다, 김 교수만 그랬나 하는 얘기들이 인터넷에서 끊이질 않습니다.

문제는 바닥입니다. “정말 이 바닥 뜨고 싶으냐” “너 자꾸 떠들면 이 바닥에서 못 살아남는다.”는 …그 바닥 말입니다. 김인혜 파동은 두 개의 바닥을 보여줬습니다. 예술계라는 바닥, 그리고 교수와 제자를 철저히 갑과 을로 나눈 대학 교단이라는 바닥입니다. 나아가 그 바닥에서 호령하는 권력들을 또 보여줬습니다.

권력은 청와대나 여의도에만 있는 게 아닌가 봅니다. 나한테 찍히면 넌 끝이라고 말하는 권력이 우리 사회에 너무도 많습니다. 연예계의 노예계약과는 또 다른 형태의 노예계약이 차고 넘칩니다. 고려대 의대에 다니는 대학원생이 지도교수를 상대로 법원에 민사소송을 냈습니다. 이 학생은 지도교수가 말을 안 들으면 졸업논문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겠다면서 폭언을 일삼고 개인 심부름까지 시켜왔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인혜 파동은 이쯤에서 접어야 할까요, 그리고 또 비슷한 사건이 터지면, 아 재수 없는 사람 또 하나 나왔구나 하고 지나갈까요.

김인혜 파동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 돼야 합니다. 이 부조리한 바닥을 뒤집어 엎는 새로운 시작 말입니다.

서울신문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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