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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파고드는 검은 손 ‘지하철 성추행’ 없애려면…

은밀하게 파고드는 검은 손 ‘지하철 성추행’ 없애려면…

newsluv@seoul.co.kr 기자
입력 2011-03-11 00:00
업데이트 2011-03-1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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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이은성(가명·27) 씨는 최근 시내버스 안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습니다. 버스가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부근에 이르렀을 때입니다. 옆자리의 30대 남성이 가방 사이로 손을 뻗어 이씨의 허벅지를 더듬은 것입니다. 버스 기사의 도움으로 현장에서 붙잡아 경찰에 넘겼지만, 이씨는 아직도 온 몸에 소름이 돋곤 한답니다.

이씨처럼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 성추행을 당한 여성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요.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전국의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중교통 수단에서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여성이 무려 25.6%, 4명 중 한 명 꼴이었습니다. 비슷한 경험을 한 남성이 2%를 약간 웃도는 점을 비교하면 12배 가량 높은 것입니다.

11일 오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된 ‘TV 쏙 서울신문’에서 대중교통 수단, 특히 지하철에서 은밀하게 발생하는 성추행 실태를 점검했습니다. 매일 수백만명의 발이 되는 서울 지하철에서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발생한 범죄는 1688건, 그 중에 성폭력 범죄는 796건으로 절반 가까이나 됐습니다.

서울에서 지하철 성추행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대는 역시 승객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이었고 2호선에서 가장 많이 일어났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에서는 성폭력을 비롯한 범죄를 단속하기 위해 승객들이 많이 몰리는 역사 12곳에 지하철 경찰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력도 부족하고 피해 여성들이 신고를 꺼려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고 경찰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성추행 범죄 근절을 위해 열차 안에 폐쇄회로(CC) TV를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 사생활 침해 소지 때문에 갈 길이 멉니다. 일부에서는 성추행 범죄 처벌을 피해 여성의 의사에 맡겨두는 친고죄 탓에 근절되지 않다고 진단합니다.

서울신문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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