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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상에 주목하는 우리 언론과 달리….” 윤설영 기자의 ‘5박6일’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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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의 참상이 조금씩 알려지던 지난 11일, 서울신문은 현지에 정치부 윤설영 기자와 사회부 윤샘이나 기자를 급파했습니다. 미야기현 등 가장 극심한 피해를 입은 곳에서 생생한 소식을 전하고 17일 밤에 돌아온 윤설영 기자를 18일 오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에서 방영된 ‘TV 쏙 서울신문’이 전화로 연결해 현지 상황을 들어봤습니다.

처음 도착할 당시 상황은.

-제가 일본으로 들어간 날이 대지진이 일어난 다음날인 12일이었습니다. 오전에 김포공항에서 출발을 기다리는데, 일본측에서 착륙 허가를 내주지 않아 1시간 정도 지연됐고, 하네다 공항에서 센다이시로 가는 것도 고속도로가 통제돼 국도를 통해 14시간 만에 도착했습니다.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의 직격탄을 맞은 미야기현 나토리시와 센다이시 와카바야시구는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논밭에 자동차, 냉장고, 지붕 잔해 등이 뒤섞여 있었고, 심지어 지붕 위에 배 한 척이 얹혀있을 정도였는데요. 이런 처참함 속에 풍겨오는 매캐한 연기 냄새와 짠 갯내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삶의 터전을 돌아본 주민들의 충격은 더 컸을텐데.

-대지진 발생 사흘째가 되자 길이 열리면서 주민들이 하나둘 마을로 들어왔는데요. 어마어마한 참상에 말문이 막힌 듯했습니다. 여동생과 함께 엄마를 찾으러 온 와타나베씨는 오렌지색 비닐만으로 집이 있던 곳을 추측했는데요. 당시 어머니가 집에 있었을텐데 못 찾겠다면서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와타나베씨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확인된 사망·실종자는.

-17일 오전까지 일본 정부는 사망 5167명, 연락 두절 1만 6414명으로 추정하는데요. 한국인 인명 피해는 사망 1명, 연락 두절 70여명입니다.

일본 정부는 피해 상황에 대해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실종자라는 표현대신 연락 두절이라고 하고, 재산 피해는 따로 집계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 전기나 물 등 ‘생명선’이 일부 복구되면서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어 피난민 수는 43만여명으로 다소 줄어든 상태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지역에 전기는 물론이고, 물이나 먹을거리, 의약품 등이 제대로 도착되지 않아 피난민들의 고된 생활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부 노약자들은 피난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쇼크와 스트레스로 사망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장에 도착한 뒤 원전 폭발이 이어지면서 방사능 유출 공포가 있는데.

-사실 현재 일본의 문제는 피해 복구뿐만 아니라 방사능 공포가 더 큰 문제입니다.

제가 센다이로 가던 12일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1호기가 폭발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14일에는 3호기가 수소 폭발을 일으켰고, 이어 2호기와 4호기에서도 폭발과 화재가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방사능 물질이 방출됐는데, 16일에는 누출량이 많아지면서 도쿄전력 직원 전원이 철수하고 최후의 결사대 50명이 재투입되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17일에는 1호기에서 4호기까지 모두 흰색 증기가 피어올랐는데요. 원전 수증기는 방사능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자위대가 헬기로 바닷물을 이용한 방수에 나섰는데 효과를 보지 못해 방사능 공포는 점점 확산되는 분위기였습니다.

각국에서 대피령을 내리고 있다는데.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국가들은 자국 국민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본 거주 공관원 가족들이 일본을 떠나도록 특별기를 마련했습니다. 호주의 경우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출국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도쿄에서도 방사선 수치가 평소보다 약간 높아졌다는 보도가 나오자 독일·영국·프랑스도 가급적 일본 남부 지방으로 이동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크로아티아도 대사관을 도쿄에서 오사카로 옮겼습니다.

한국은 후쿠시마 원전 반경 80㎞ 밖으로 대피하라는 권고를 내리고, 30㎞ 지역을 여행경보 3단계인 여행제한 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의 대응이 우리와 사뭇 다른 느낌인데.

-일본에서 취재를 하다보니 안부를 묻는 지인의 전화와 문자를 많이 받았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위험하니 어서 돌아오라는 내용이 많았는데요.

사실 지진 발생 이후 국내 언론에선 금방이라도 일본 전역이 방사능에 오염되고, 심지어 일본이 가라앉을 듯 보도했지만, 현지 언론은 상당히 침착했습니다.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주로 수도나 전기, 교통, 병원 등 대피와 안전에 필요한 정보를 보도합니다. 한국 기자들이 주로 피해 지역의 참상과 안타까운 사연을 취재하는 데 집중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불필요한 자극과 불안감을 주는 선정적이거나 추측성 보도는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돌아오기 직전까지 상황을 말해달라.

-일단 후쿠시마 원전이 안정 국면에 들어갈 조짐이라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원자력발전소의 전력 공급이 부분 재개되면서 냉각장치를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지속적으로 온도가 오르던 원자로 내 핵연료를 진정시키고, 상당부분 손상된 격납용기의 추가 파손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3호기가 폭발한 뒤 중성자선이 검출되기 시작해, 핵분열이 일어나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핵분열을 일으킬 경우 수소 폭발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물질이 나올 것이 우려됩니다.

서울신문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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