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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극 앞에 저렇게까지 침착할까?” 정미애 박사에게 듣는 ‘일본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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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역사상 최악의 재앙으로 기록될 동일본 대지진, 일본이 어떻게 헤쳐나갈까요. 기로에 놓여있는 일본을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의 정미애 박사를 18일 오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에서 방영된 ‘TV 쏙 서울신문’ 스튜디오로 초대, 일본의 앞날을 전망해봤습니다.

일본 역사상 유례 없는 대재앙이 일어났습니다. 일본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이번 지진은 리히터 규모 9.0을 기록한 대지진인데다가, 엄청난 쓰나미(지진해일), 그리고 원전 사고까지 겹친 복합 재해, 복합 재난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아직까지 정확한 피해 집계는 물론, 원전 사고가 어느 정도의 피해를 주고 마무리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일본인들에게는 아직 재앙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겹친 대재해로 일본 국민들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증폭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대재앙을 침착하게 이겨내는 일본인 대응에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됐는데요. 이런 모습의 배경은 무엇일까요.

-저는 일본인들의 이러한 모습은 다양한 이유가 있다고 보는데요, 무엇보다 성숙한 민주 시민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봅니다. 고도로 발달된 민주주의 국가이며, 시민의 자치의식이 매우 발달된 사회라는 것이죠.

일본인들의 침착한 대응의 이유를 역사적, 문화적 전통에서 찾는 시각도 많이 있습니다. 자신보다 사회 전체를 중시하는 집단주의 의식, 이웃이나 동료와 함께 기쁨과 아픔을 나누는 동료(나카마) 의식 등을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몇몇 일본인은 제한 송전 등이 실시되는 마당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고국 방문을 가지 않겠다고 말한답니다. 이런 일본인들,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제가 앞에서 또 하나의 이유로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이 일본인의 문화적 특징인데, 일본에는 메이와쿠 문화, 즉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아리가토)’, ‘미안합니다(스미마셍)’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말하면서 타인에 대한 감사와 잘못을 내 책임으로 돌리는 일본의 문화가 지금 상황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일본은 물자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도로망이 파괴돼 물자가 필요한 재난지역에 가솔린이나 식수, 음식물 등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않습니다. 상황을 더 어렵게 하니까 자원봉사자조차 오지 말라고 호소하는 상황이니 메이와쿠를 끼치지 않으려는 일본인들이 고국 방문을 할 리 없지요.

국민들의 침착한 대응과 별도로 일본에는 강력한 리더십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있습니다. 간 나오토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간 나오토 내각의 위기 관리 능력에 대한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재 일본의 상황은 리더십의 한계를 넘어선 측면도 있습니다. 일본 국민들은 정부의 대응 능력에 허점이 있다고 해도 정부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총리 개인의 리더십에 의존하기보다 시스템이 지배하는 국가입니다. 모든 조직과 제도가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는 일사불란한 사회라고 할 수 있죠. 일본인들은 조직의 시스템을 신뢰한다고 봅니다.

개인보다 전체를 배려하는 집단주의 성향이 제국주의와 팽창주의를 불러들인 측면도 있지만 패전 후 경제 부흥을 앞당긴 측면도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2차 세계대전의 폐허에서 20년 만에 제2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일본인들의 저력과 국민성은 이번 대지진도 충분히 극복해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집단주의 성향에 기인한다기보다는 위기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극복하려는 태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침착한 태도도 방사능 위험이 고조되면서 조금씩 흐트러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일본의 대지진을 바라보면서 한국의 역할이나 한·일관계에 적극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인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지금 바로, 한국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 보여줬던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지금 상황은 위기 관리 능력을 넘어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전세계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구호 물자의 보급기지 역할을 해낸다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한·일관계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신문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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