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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의 ‘반크’ 최고령 최종성 할아버지 “일본의 함정 피하려면…”

80세의 ‘반크’ 최고령 최종성 할아버지 “일본의 함정 피하려면…”

gophk@seoul.co.kr 기자
입력 2011-04-01 00:00
업데이트 2011-04-0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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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물론, 반크 회원들이 더 적극적이면서도 차분하게 세계 각국의 교과서 발행기관들에 부당성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4년부터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고령 회원 최종성(80) 씨는 전날 일본의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에 대해 지난달 31일 담담하게 밝혔다. 13세에 일본에 끌려가 징용 근로자로 일했고 한국전쟁 때 중공군에 억류됐다가 풀려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보낸 그는 우리 국민들이 대지진 참사에 온정을 보냈는데도 일본 정부가 역사 왜곡을 노골화한 데 대해 “실망스럽기 짝이 없지만 흥분할 일만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마산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영어회화를 공부하는 등 활기찬 인생 3막을 열고 있는 최씨와의 일문일답.<1일 오후 케이블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된 ‘TV 쏙 서울신문’ 인터뷰는 독도 교과서 검정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 촬영한 것이어서 기사와 다소 다르다는 점을 양해 바랍니다.>

우리 국민들이 온정을 표시했는데도 일본은 왜곡된 검정 결과를 발표했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우리 문헌을 보면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이런 역사를 외면하고, 심지어 위안부로 동원된 할머니들도 온정을 보냈는데도 후안무치하게도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기술한 교과서 수를 되레 늘렸다.

일본은 센카쿠(尖閣) 열도 영유권 분쟁 등으로 몰린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네들의 야욕이 독도에 국한하는 것일까. 센카쿠 문제는 2차대전 때 점령했던 여러 도서들을 자국 영토로 만드려는 야욕 때문이다. 그저 변명에 불과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이버 외교관으로서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무조건 우리 땅이라고 우기고, 전쟁도 불사할 것처럼 엄포를 놓을 일은 아니다. 우리 땅으로 공인받는 유일무이한 길은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이기는 길이다. ICJ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적인 문헌도, 국력도 아니라 누가 얼마나 오랜 기간 실소유했느냐다. 우리는 이미 50년 넘게 실소유하고 있고 ICJ에 상정하기 전에 최대한 오랫동안 ‘분쟁지역’이 아닌 ‘실소유 영토’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도발에 발끈해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버리면 50년 공든 탑이 무너진다. 실소유 100년이면 100% 우리 땅이 된다는 사실은 국제 역학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한국으로선 최선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군인이 아니라 전경이 독도를 지키고 있는 점은 내치(內治)를 뜻하는 것으로 우리 땅임을 부인할 수 없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조용한 외교’에는 문제가 없나.

-일본이 바라는 건 ICJ에 기소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실소유 기간이 100년 되기 전에 ‘분쟁지역’으로 알려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ICJ에 넘어가도 당연히 우리 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많겠지만 전문가들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이 재판소 15명의 판사 중 일본인이 한 명이며 일본 정부는 운영비용의 대부분을 지원하고 있다. 외교 역량에서 떨어지는 우리 정부로선 조심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독도 망언은 계속될 것이며 중국도 역사 문제를 계속 제기할 것이다. 흥분된 맞대응 대신 차분하고 침착한 대응으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초중교 교과과정에 역사 교육 비중을 높여 청소년들에게 올바르게 알려야 한다. 외국인들과도 활발하게 접촉, 우리 역사를 논의할 때 자신있게 응할 수 있도록 역사 교육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크에 가입하지 않은 이들은 독도 문제에 어떤 논리를 갖고 있어야 하는지.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문헌을 탐독하고 자녀들에게 올바른 우리 역사를 알려주는 동시에 정부의 차분한 대응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국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독도가 한국 영토란 것을 해외에 더 알리기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이메일을 통해 우리나라를 널리 알리는 외국 친구들이 18명 있다. 몇년 전에 의부녀를 맺은 독일과 말레이시아 여성이 있으며 지금은 베트남, 필리핀 여성과 할아버지, 손녀사이로 통하고 있다. 반크에서 낸 독도 소책자를 보내주고,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독도가 우리 영토란 것을 모르는 외국인 비율은.

-반크에 가입했을 때는 60억 세계 인구의 0.01%가 독도는 한국 영토이며 일본해는 동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난 10년 동안 반크 회원들의 활발한 활동과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에 힘입어 많은 외국인이 한국의 발전상에 경의를 표하고 한국을 동경하며 한국어 배우기를 원하고 있다. 이런 외국인 숫자가 더 늘 것이다.

73세이던 2004년 9월에 반크에 가입했는데 그 연배에 대단한 용기였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박기태 반크 단장의 글을 봤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잘 모르고 심지어 동해를 ‘일본해’,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로 알고 있다고 해 충격에 빠졌다. 짧은 영어 실력이지만 주경야독하는 심경으로 임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참전, 32개월의 포로생활 등 파란만장한 생을 이어왔는데 젊은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전쟁은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탈해 벌어진다. 약소국은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따라서 청소년들에게 국권을 잃으면 어떤 참상이 빚어지는지 알리는 한편, 한 나라의 국민이라면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야 한다는 정신 무장을 단단히 시켜야 한다.

서울신문 박홍규PD gophk@seoul.co.kr

 

최종성 할아버지는

▶1931년 마산 출생 ▶1944년 일본 항공창 공원 노역 ▶1948년 육군 입대 ▶1951년 중공군에 억류 ▶2년 8개월 철원, 평양, 만포진 등으로 끌려다닌 뒤 1953년 7월 거제도에서 석방 ▶1953년 8월 육군 재입대 ▶ 1975년 20사단 군수참모 중령 예편 ▶ 2004년 반크 회원 ▶ 2010년 ‘월드 체인저’ 선정

 

반크(VANK, 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

1999년 세계 각국에 대한민국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정부 단체. 현재 회원은 2만여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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