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서울TV

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방사능에 휴교령, 한 편의 코미디”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교육감님에게 전화라도 걸까 싶었습니다.”

오죽 답답했으면 그런 생각까지 했을까. 추적추적 ‘방사능비’가 내린 7일 오전, 서울 한양대 공과대학에 있는 서울지방방사능측정소에서 만난 이재기(61)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기회 있을 때마다 방사능 피폭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는데도 여전히 불안 심리가 가시지 않아 문제”라며 이날 경기도교육청이 재량휴교 공문을 돌린 것은 “무지의 소치”라고 개탄했다. 이 교수는 세계에서 12명밖에 없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유일한 한국인 위원이다. 다음은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8일 오후 방영된 ‘TV 쏙 서울신문'에서의 일문일답.

인터뷰 전문 보기

 

재량휴교령까지 내렸는데 과학자로서 답답하지 않은지.

 -유의할 만한 위험이 있으면 재량권에 따라 학생 보호를 위해 그런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후쿠시마 원전과 1000~1100㎞ 떨어져 있고 어떤 경우에도 국민들에게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해 왔다. 비행기로 10시간만 이동해도 우주방사선 때문에 0.2mSv 피폭량이 는다. 그런데 이번 일본 원전사태로 국민들이 피폭될 것으로 추정되는 방사선량이 연간 0.1mSv다. 그런 미미한 수준인데 국민들은 점점 더 위험한 쪽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과민반응이다. 풍문만 갖고 휴교하는 건 학생들로 하여금 ‘정말 위험하구나’라고 인식하게 한다.

방사성물질이 몸에 묻어도 샴푸나 비누로 깨끗이 씻긴다고 했는데.

 -오늘 비에는 방사능뿐만 아니라 황사 성분도 들어가니 당연히 샤워해야 한다. 옷이 비에 젖거나 피부에 닿았더라도 방사능 피폭을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워낙 의미 없는 농도이기 때문에 샤워하면 방사성물질은 전부 제거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수습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했는데.

 -초기보다 열 발생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초기에 온도가 엄청 올라갈 때 원자로 바닥이 녹고, 압력 용기가 녹는 등 심각한 상황이 벌어져야 하는데 지금까지 버텨 왔다. 이미 원자로 안에 물이 들어갔으니 괜찮다. 다시 수소가 발생해 2차 폭발이 일어나는 것 아닌가 걱정하던데 수소를 발생시키려면 온도가 1200도까지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고비는 넘겼다.

우리 정부가 잘 대응하고 있나.

 -현재 우리의 상황은 비상이 아니다. 매뉴얼대로 하면 되고 정부가 할 일은 별로 없다.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니까 측정 주기도 15분에서 5분으로 줄이고 일주일에 한번 하던 공기필터 교체를 매일 하는 등 감시 활동을 늘리고 바로바로 알리는 활동 정도는 해야 한다. 더 이상 정부가 직접 나설 일은 없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업무를 떠넘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지나치게 소극적이란 비난이 튈까봐 염려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현 상황은 국가방사선방재계획의 대상도 아니다.

청와대에서 태스크포스(TF)를 만들기로 한 것도 ‘헛소동’이라고 보는 건가.

 -과민반응은 결코 좋지 않다. 체르노빌 사고 때 원래 반핵 기질이 강했던 독일에선 방사능이 날아온다고 하니까 정말 난리가 났다. 국토도 일부 오염됐지만 1986년 한해에 독일인들이 더 피폭된 방사선량이 0.2mSv로 별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워낙 시끄러우니까 옛 서독의 임신중절 건수가 전년보다 4000건이 늘었다. 사실 단 한명도 방사선 때문에 죽지 않았는데 그랬다.

일본이 이번에 축적한 원전사고 대응의 노하우를 우리가 어떻게 전달받고 공유하는지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어떻게 해야 하나.

 -노하우라고 특별하게 숨길 정보라고 보지 않는다. 일본은 기록문화가 뛰어난 국가니까 시간은 걸리겠지만 아주 좋은 보고서가 나올 것이다.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교훈을 우리 원자력발전소를 안전하게 만드는 데 반영해야 한다. 체르노빌 사고 때는 워낙 우리 원자로 노형과 다르기 때문에 고쳐야 할 점이 많지 않았는데 스리마일 사고 때는 우리 발전소에 소급 적용해 바로잡았다. 일본 원전이 우리와 유형은 다르지만 공통점도 적지 않으니까 많은 액션 플랜 중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선별하면 된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

서울신문 www.seoul.co.kr

주소 : 100-745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24 (태평로1가 25번지) 서울신문사빌딩 l 대표전화 : (02) 2000-9000

인터넷서울신문에 게재된 콘텐츠의 무단 전재/복사/배포 행위는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위반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서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