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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맞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우리 사회의 성폭력을 말한다

스무살 맞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우리 사회의 성폭력을 말한다

입력 2011-04-08 00:00
업데이트 2011-04-1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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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3일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스무살이 됩니다. 성폭력에 대한 인식조차 없던 1991년에 만들어져 성폭력특별법을 제정하고, 많은 성폭력·성희롱 사건의 중심해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을 했는데요. 이윤상 소장에게 그동안의 성과와 역할, 앞으로의 과제 등에 대해 들었습니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한국성폭력상담소, 먼저 왜 창립이 됐는지, 또 어떤 사건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 성폭력은 개인적 문제가 아닌, 성차별적 사회구조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이런 의식에 동의한 사람들이 성폭력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역할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문을 열었습니다.

 

20년이라는 세월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을텐데요. 남다른 의미를 갖는 사건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 정말 20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렸을 때 성폭력 가해자를 찾아 살해하거나 의붓아버지에게 장기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건들이 1991~92년에 크게 이슈화됐습니다. 이듬해(1993년)에는 서울대 조교 성희롱사건이 있었습니다. 성희롱에 대한 법적 제도가 없던 시절에 이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첫 성희롱 소송을 내서 성희롱 문제를 알리고 법 정비를 이룬 것이 성과라고 봅니다.

 

그 사이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우리나라 성폭력 문제에 어떤 역할을 했다고 보시는지요.

- 은폐된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내서 이것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는 공감대를 이끌어냈습니다. 법률 조차 없었던 시절에 성폭력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관련 정책과 제도를 이끌어 낸 것을 큰 성과라고 자평합니다.

 

요즘 뉴스에 동네사람이나 친척 등 지인에 의한 성폭력이 자주 보이는데요. 실제로 지인에 의한 성폭력, 정말 많은 건가요.

- 20년간 통계를 보면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이 80% 이상입니다. 10대 이하의 경우는 이 지인의 절반 이상이 친인척이기도 합니다. 성인의 경우에는 직장 내 관계가 상당 비중으로, 가해자-피해자가 위계적인 관계, 권력관계에 놓였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성폭력 피해자가 되레 죄인이 되고 피해가족은 붕괴되는 일이 많습니다. 인식 문제인 듯한데, 소장님은 어떤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성폭력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 문제이지만, 그런 시각보다는 더럽혀졌다, 피해자가 어떤 빌미를 제공했을 것이라는 잘못된 통념이 여전히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낍니다. 이런 부분이 빨리 변화해야 합니다.

 

사회 인식의 한계 때문에 풀어야할 숙제도 많을 텐데요.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일까요.

- 인식 변화는 제도 변화보다 더 어려운 부분이죠. 현장에서 많은 고민을 해보니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제고하는 교육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공교육에서 이 부분을 비중있고 책임있게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성폭력 관련 법 정비가 많이 됐다고 생각하지만 강력 범죄 중에서 성폭력만 유일하게 친고죄로 지정된 것은 문제입니다. 제3자가 불의의 사건을 봐도 신고하지 못하고 반드시 피해자 본인이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인데, 성폭력이 개인적인 문제라고 보고 있다는 인식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의 제도적 정비도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장에 계신 분으로서, 이것만은 꼭 전하고 싶은 것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시죠.

- 성폭력은 나와 무관하다는 생각은 잘못됐습니다. 성폭력은 개인에게 예외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위계적이고, 남성중심적 사회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점, 그렇기 때문에 평등한 소통이 뭔지,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좀 더 고민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리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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