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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규장각 도서 귀환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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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외규장각 의궤는 귀환에 걸린 145년 세월만큼이나 뒷얘기도 풍성하다. 귀환 첫 단추를 꿴 이는 역설적이게도 친일 사학자로 분류되는 이병도(1896~1989) 전 서울대 교수다.

역사의 아이러니…친일학자가 단초 제공

이 전 교수는 1955년 프랑스로 유학 떠나는 제자 박병선에게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외규장각 도서를 비롯해 우리 문화재를 많이 약탈해 갔으니 그것을 찾는 것이 사학도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라며 틈틈이 찾아볼 것을 강력히 당부했다. 20년 뒤 박병선은 프랑스 국립도서관 별관 창고에 처박혀 있던 도서를 마침내 ‘발견’하게 된다.



‘밀착경호’ 佛 학예사의 미션

145년 만의 의궤 귀환에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속 학예사 한명이 따라붙었다. 특수 포장 단계부터 운송, 한국 인수인계까지의 모든 과정을 근접 경호하는 임무를 맡은 것. 프랑스 국립도서관 학예사들은 일간지 ‘라 리베라시옹’에 반대 성명서를 내는 등 마지막 순간까지 의궤 반출을 극렬 반대했다. 동행한 프랑스 학예사의 착잡한 심경을 짐작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신상은 공개하기 어렵다.”면서 “책임 있는 학예사가 왔다.”고만 밝혔다.

‘시차 적응’ 위해 24시간 숙면

1차 도착분 75권은 ‘시차 적응’을 위해 상자에 담긴 채로 24시간 동안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서 숙면에 들어간다. 이후 박물관 관계자들과 프랑스 학예사가 공동으로 의궤 상태와 목록 등을 점검한다. ‘컨디션 체크’라 부르는 절차다. 이상이 없다고 결론 나면 프랑스 학예사는 17일 돌아간다.

화물칸 vs 화물기 신경전 승자는

의궤는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이 두번씩 번갈아가며 운송한다. 흥미로운 점은 아시아나(1, 3차분 책임)는 여객기 화물칸, 대한항공(2, 4차분)은 화물기를 동원한다는 사실이다. 대한항공 측은 “국보급 문화재인데 (화물) 전용기로 모셔 와야 한다.”며 은근히 경쟁사를 깎아내렸고, 아시아나 측은 “지난해 ‘고려불화대전’ 때도 여객기 편으로 아무 탈 없이 실어 날랐다.”고 맞섰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인 즉, 아시아나는 파리 노선에 화물기가 없고 대한항공은 화물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의궤가) 깨지기 쉬운 도자기류가 아닌 책들이라 포장만 잘 하면 화물기냐, 화물칸이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판정’했다. 그렇다면 대한항공 화물기가 뜰 때는 ‘프랑스 경호원’(학예사)은 어디에 배치될까. 대한항공 측은 “화물기라 하더라도 (승무원 등을 위한) 좌석 8개가 있다.”고 설명했다.



1993년 ‘나홀로 귀환’ 의궤는?

1993년 당시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돌려준 ‘휘경원원소도감의궤’(徽慶園園所都鑑儀軌) 1권은 국립중앙도서관에 거처를 틀었으나 이번 프랑스와의 협상에서 “모든 외규장각 도서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한다.”라고 합의함에 따라 중앙박물관으로 이사하게 된다.

환영행사 일절 없는 이유

당초 정부는 145년 만의 귀환인 만큼 1차분 도착일에 환영행사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프랑스가 자국 내 반감 등을 들어 난색을 표시했고 우리 정부도 세 차례 귀환 일정이 더 남아 있는 상태에서 프랑스의 심기를 자극해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 따라 ‘없던 일’로 했다.

글 / 서울신문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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