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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호의 시사 콕-카이스트 비극에 이런 잘못 되풀이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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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진경호의 시사 콕’은 학생들과 교수의 잇단 자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원(KAIST) 사태를 다룹니다.다음은 원고.

 

우리나라 과학기술 영재 교육의 산실인 카이스트가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올 들어 학생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유는 다릅니다만 생명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지닌 교수 한 명도 며칠 전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 대체 이 나라 수재들이 모였다는 이곳에서 어쩌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인가. 누구는 서남표 총장의 개혁정책이 잘못됐다고 말합니다. 전액 국비 장학금으로 가르치던 제도를 바꿔 성적이 부진한 학생은 등록금을 내도록 한 그의 정책이 학생들의 자살을 낳았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이 차등 등록금제를 전면 폐지하고, 서 총장도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이런 주장을 경계하고 반박합니다. 이번 일이 대학 경쟁력을 끌어내리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최고 수준의 대학에서마저 교육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소홀히 한다면 이 나라의 내일은 없다고 말합니다.

그 어느 쪽 주장으로 쉽게 결론 낼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미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만 카이스트 안팎의 파벌 싸움으로 번지는 일도 결코 없어야 합니다. 서남표 총장을 놓고 물러나라 마라 하는 정치권의 공방은 수순이 한참 잘못 됐습니다.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합니다. 먼저 카이스트 내부에서 철저한 자기 점검이 있어야 합니다. 공청회 한번 열지 않았습니다. 잇딴 자살의 이유가 진정 뭔지 찬찬히 살피는 과정도 없었습니다. 그런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영재의 자살은 미국의 명문대에서도 드물지 않습니다. 하지만 학업 부담 때문에 죽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우리 대학보다 공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 대학들입니다. 왜 그들은 우리보다 더 공부하면서도 그 때문에 죽는 일은 없을까요.

그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더 치열하게 가르치고 더 열심히 공부하되 그로 인해 자살하는 일은 없도록 할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서 총장의 진퇴는 작은 문제고, 나중 문젭니다. 제발 이번 카이스트의 비극 앞에서 이런 잘못은 되풀이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고작 사람 하나 갈아치우고는 할 일 다 했다고 손 터는 어리석은 일 말입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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