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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 물결에 찬밥 신세라던’ 인문학이 대학에서 다시 대접받는 이유

‘실용 물결에 찬밥 신세라던’ 인문학이 대학에서 다시 대접받는 이유

입력 2011-04-22 00:00
업데이트 2011-04-2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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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사립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있다. 행정철학 과목인데 한 학생만이 수강 신청해 폐강됐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점만 쉽게 따려 하고 대학 실용학문’만 강조하면서 기초학문인 인문학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러 대학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상황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초 교육과학기술부는 2014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부터 사회과목 비중을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획기적인 실험이 시도되고 있다. 22일 오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된 ‘TV 쏙 서울신문’은 경희대에서 이번 학기부터 인문학과 교양강의를 전문으로 하는 단과대학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소개했다.

김준혁 교수가 진행하는 ‘시민교육-제 2의 탄생’은 다소 생소하고 어려워 보이는 주제지만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눈빛 하나만은 진지하기 이를 데 없다. 이해되지 않는 것을 적극적으로 질문하기도 하고 토론으로 생각을 나누며 해답을 찾아간다.

김하람(자유전공학과 1년)씨는 “수업 진행하는 방식이 이렇게 토론 방식이고 저희가 사회봉사 나가는 프로그램 자체가 새롭기도 하다.”고 기꺼워했다. 손민호(지리학과 1년)씨도 “내가 지금까지 못 배운 게 정말 많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번 교양수업을 통해 얻을 게 굉장히 많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김 교수는 “내용이 딱딱한 데다 사실 요즘의 취업난에 누가 이런 걸 들을까 염려도 하고 걱정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학생들이 무척 재미있어하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어서 힘이 난다.”고 말했다.

그동안 교양강좌 일부를 개편한 대학들은 많았지만 이처럼 학내 교양교육 체계를 전면 개편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단과대 수준인 200여 강좌에 수강 인원은 40명 이하로 제한하고 주제도 세분했다.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본인 의사에 따라 자유교양학 학사 학위를 딸 수도 있다.

이런 실험이 가능했던 것은 대학 안팎의 분위기도 한 몫 했다. 교도소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좌가 5년째 이어지고 있고, 성공회대의 인문학 강의도 기업 임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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