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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웠던 4·19 51돌…진정한 사죄와 화합의 조건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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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은 4·19혁명 51주년이었습니다. 차분하고 엄숙해야 할 기념식을 앞두고 국립4·19민주묘지에서 한바탕 소란이 있었습니다. 오전 9시쯤 노란색 소형버스가 4·19민주묘지 정문에 들어서는데 고성이 들립니다.

“차에 손 대지 마.” “손 대지 말고 그냥 내보내.”

한 백발 노인의 고함에서 어떤 상황인지 언뜻 감이 잡힙니다.

“사과를 하려면 바로 사과해야지. 50년 있다가 사과할 필요가 어디 있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이자 이승만박사기념관 이사장직을 맡은 이인수(80) 박사는 이날 묘지를 참배하고 4·19 희생자와 유족에게 사죄하는 성명을 낭독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사과를 받지 않겠다면서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가까스로 정문은 통과했지만 더이상 진입을 하지 못한 이 박사는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겨우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 정신과 4·19혁명의 민주주의 정신은 하나입니다. 오늘 화합의 장을 갖고자 온 것인데, 아직도 4·19단체의 몇몇 분들은 이렇게 격렬하게 배척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분들도 화합의 장으로 나와줄 것을 믿습니다.”

4·19단체 회원들은 이 사과의 진정성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전대열(71) 4·19혁명공로자회 총무국장은 “사과를 하려면 진즉 했어야지 ‘50년 만의 사과’란 것은 있을 수 없다. 진정성이 전혀 없다. 그래서 그들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내쫓은 것”이라면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서울 광화문에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려 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관계자들은 더욱 격앙됐습니다. “4·19 당시 186명이 광화문에서 희생당했는데, 거기에 동상을 세운다고요? 못합니다. 못해요.”

두 손을 흔들며 강하게 부정하는 김긴태(71) 4·19민주혁명회 이사 옆에서 ‘동지’들이 거듭니다.

“광화문은 우리의 민주 성지입니다. 거기서 우리 동지들이 얼마나 죽었는데, 거기에 어떻게 이 대통령의 동상을 세웁니까. 말도 안 되죠. 세우려면 4·19혁명탑을 세워야죠.”

자유당 독재에 항거하다 숱한 학생들이 경찰의 총탄에 희생된 지 51년. 이들의 희생에 대한 사죄와 용서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호준 편집위원 sag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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