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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호의 시사 콕] 오죽하면 연기금 주주권 행사까지 ‘카드’로

[진경호의 시사 콕] 오죽하면 연기금 주주권 행사까지 ‘카드’로

입력 2011-04-29 00:00
업데이트 2011-04-2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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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된 ‘TV 쏙 서울신문’의 ‘진경호의 시사 콕’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관련 발언을 다룹니다.

다음은 전문.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3.4%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지분은 5%다. 국민연금이 삼성을 제대로 견제해 왔는지 의문이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말입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다시 말해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연기금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 기업 경영에 참여해 기업을 견제하고 바로 세워야 한다. 그렇게 만들겠다, 이겁니다.

재계는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연금 하나만 해도 5%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이 140개가 넘습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포스코, 신한지주 같은 굴지의 기업들이 다 들어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기업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전경련과 경총은 관치경제로 돌아가자는 말이냐, 연금사회주의적 발상이다, 연기금 투자 목적에 어긋난다, 하며 논의 차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덩달아 정치권도 이런저런 갑론을박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는 시장경제의 상징이라 할 미국에서 흔히 있는 일입니다. 2004년 월트디즈니 회장 마이클 아이스너를 쫓아낸 것도 다름 아닌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를 관치경제라고 비판하지는 않습니다. 연기금의 주주권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행사되느냐에 따라 관치경제가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논란의 핵심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입니다. 곽 위원장의 발언에는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외면하는 대기업의 행태에 대한 현 정부의 비판적 인식이 담겨 있습니다. 정부의 고환율 정책에 힘입어 잔뜩 배를 불린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살리고, 양극화를 줄여 나가는 사회적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판단인 것입니다.

미래학자들의 말대로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가 커지고 있다는 얘깁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대기업이 보다 노력해 왔다면 곽 위원장은 입을 열지 않았을 듯 합니다. 오죽하면 연기금 주주권 얘기가 나왔는지, 대기업들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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