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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 후 첫 ‘해군·해병대 합동상륙작전’을 가다

연평도 포격 후 첫 ‘해군·해병대 합동상륙작전’을 가다

nasturu@seoul.co.kr 기자
입력 2011-05-20 00:00
업데이트 2011-05-2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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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경북 포항 독석리 해변. 시내에서 북쪽으로 20여㎞ 떨어진 한적한 해안마을이 이른 아침부터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해군과 해병대가 합동으로 실시하는 대규모 상륙훈련이 이곳 해변에서 펼쳐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훈련은 지난해 11월 북한의 서해 연평도 포격 이후 최초로 실시되는 훈련이란 점에서 많은 관심이 집중된 상황. 많은 취재진을 비롯해 군 관계자와 구경나온 지역 주민들까지 몰려있었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기 전, 뭍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바다에는 해군 초계함이 닻을 내린 채 정박해 있었다. 초계함은 반짝이는 아침 햇살과 어울려 잠시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으나, 만약 실전상황이었다면 상륙에 방해가 되는 적들을 향해 쉴 새 없이 포탄을 쏘아대고 있었을 것이다.

이윽고 수평선 근처에 또 다른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병대 장비와 병력을 가득 실은 해군의 전차상륙함(LST)들이었다.

빠른 속도로 해안을 향해 다가오던 상륙함들은 해안선과 일정한 거리에 도달하자 일제히 방향을 돌려 다시 먼 바다로 멀어지기 시작했다.



해병대 관계자는 상륙함들이 해병대의 ‘KAAV-7’ 상륙돌격장갑차를 바다에 내려놓고 다시 멀어지는 것이라 설명했다. KAAV-7은 상륙함의 함미에 장착된 출입램프를 통해 바다로 ‘뛰어들게’ 된다. 관계자는 이를 ‘장갑차가 진수됐다’고 표현했다.

상륙함이 지나간 자리에는 거북이 등껍질 같은 수많은 물체가 남아 있었다. 이번 상륙의 선봉을 맡은 KAAV-7 장갑차였다. 이들은 잠시 대열을 짜는 듯 싶더니 이내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백사장을 향해 전속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 때 백사장에선 소속을 알 수 없는 한 무리의 군인들이 완전무장한 채 상륙작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해병대 관계자는 이날 상륙작전을 위해 해병대 특수수색대가 전날 이곳에 침투해 있었다고 귀띔했다. 아군을 정확한 상륙지점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날은 훈련인 관계로 상륙지원단 병사들이 그 임무를 함께 수행하고 있었다.

사실 상륙을 위해선 수많은 준비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병력을 후방에 집결시켜 상륙함에 태워야 하고, 적진 후방까지 이를 호위해 와야 한다. 실제로 해군과 해병대는 지난 16일 훈련이 시작된 이후 사흘에 걸쳐 병력탑승과 목표해안으로의 항해 등 일련의 과정을 진행했으며, 이날 하이라이트인 본대 상륙이 실시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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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준비, 순식간에 진행된 상륙

많은 시간이 걸린 준비단계와 달리 상륙 자체는 매우 신속하게 진행됐다.

해병대 측은 9대의 KAAV-7 장갑차를 시작으로 모두 10차례에 걸쳐 병력이 상륙하게 된다고 밝혔지만, 1~3파까지는 수 분의 차이를 두고 백사장에 도착하는 등 언뜻 보기에는 어디까지가 1파고 어디부터가 2파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KAAV-7이 연막을 뿌리며 뭍에 닿다 싶으면 반대쪽에선 해군의 솔개II 공기부양정(LSF-II)이 해병대의 ‘K-1’ 전차를 싣고 땅 위에 올라오고 있었다. LSF-II는 50t이 넘는 K-1 전차를 싣고서도 KAAV-7의 10배에 가까운 속도로 항해할 수 있고 땅 위까지 곧바로 올라올 수 있어 신속한 상륙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전차를 싣고 온 LSF-II는 해군의 대형상륙함 ‘독도함’(LPH-6111)에서 출격한 것으로, 독도함은 수평선 너머에 있어 백사장에선 보이지 않았다.

같은 시간, 하늘에선 해군의 UH-60 헬기가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며 병력을 실어날랐다. 이 헬기들도 독도함에서 날아온 것이었다.

장갑차와 전차는 도착하자마자 잠시 대열을 갖추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해변을 빠져나갔다.

이에 대해 해병대 관계자는 “그동안 훈련에선 병사들이 백사장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이 많이 보였으나, 이는 실제 전술과는 맞지 않는 행동”이라면서 “이번 훈련은 최대한 실전에 가깝게 진행하기 위해 내륙에 마련된 집결지에서 병력이 하차하게 된다.”고 밝혔다.

백사장을 최대한 빨리 비워줘야 후속 병력들이 그곳으로 상륙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상륙개시예정시간은 오전 8시였으나, 해군의 ‘성인봉함’(LST-685)이 해안에 도착해 병사들을 내려놓은 시간은 8시 30분이었다. 성인봉함에 앞서 수십 대의 KAAV-7 장갑차와 K-1 전차, UH-60이 해안에 도착한 것을 생각하면 불과 30분 만에 수백여 명의 해병대원과 전투장비들이 상륙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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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 없이 실시한 대규모 상륙훈련

이번 훈련은 연평도 포격 이후 최초라는 점에서 시선을 끌기도 했으나, 이례적으로 미군없이 한국군 독자적으로 실시된 훈련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이를 위해 해군은 독도함과 전차상륙함 3척 등 보유한 거의 모든 상륙전력을 투입했으며 이들을 호위하기 위해 한국형 구축함과 호위함, 초계함 등 대규모 전력을 동원했다. 훈련 내내 하늘에선 공군 전투기가 날아다녔으며 독도함에서 이륙한 헬기들이 쉴 새 없이 왕복하며 병력을 실어날랐다.

미군과 함께 진행했던 과거의 훈련과 비교해 규모나 장비 면에서 아쉬운 점은 있었으나, 독자적으로도 어느 정도 모양새가 갖춰진 것은 큰 발전이라고 평가된다.

이번 훈련에서 상륙군 사령관을 맡은 김승호 대령은 “이번 합동상륙훈련을 통해 지·해·공 합동작전 수행능력을 한 단계 향상시켰다.”면서 이번 훈련이 합동작전 수행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 경북 포항 = 서울신문 M&M 최영진 군사전문기자 zerojin2@seoul.co.kr

영상 / 경북 포항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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