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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막내가 30년 동안 꿋꿋이…65세 인구가 가장 많은 경북 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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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군위군 산성면 운산리.이 마을은 30년 전만 해도 군위에서도 잘 사는 축에 속했습니다.

비옥한 땅에 기후 조건도 좋아 2모작을 했다고 합니다.봄에 모를 내 벼농사를 짓고 가을에 수확을 하면 논물을 빼서 양파나 마을 같은 특목작물을 심었으니까요.당연히 여느 농가보다 많은 수익을 올렸습니다.그 덕에 이 곳은 한때 100가구 500명이 북적거리던 마을이었습니다.

그렇게 땅을 갈아 번 소중한 돈으로 아들딸을 대처로 보내 공부를 시켰습니다.하지만 외지로 나간 자식들은 돌아오질 않았습니다.당연한 일이지요.손에 흙 묻히지 않는 게 부모들의 소망이었고,그 소망은 자식들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고등학교를 나오고,대학교에서 배워 공무원이 되거나 회사원이 된 그들이 고향 땅으로 돌아오는 건 명절 때 뿐이었습니다.

이병무 이장(60)은 “비교적 잘 살았던 게 우리 마을에 아기 울음 소리가 끊어진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이 이장은 “주변의 못사는 마을에선 오히려 자식 공부를 못시킨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남아 있는 편”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운산리에는 50가구 70여명이 살고 있습니다.한창 번성할 때와 비교하면 가구수는 절반,주민수는 7분의1로 줄었습니다.그곳 주민들의 안내를 받아 마을 곳곳을 둘러봤는데,빈집이 한집 건너 한집 있었습니다.자식들이 주로 대구나 서울,인천 등지의 대도시에 있고 이곳 운산리에는 노부모가 계시는데 이들이 돌아가시면 그대로 빈집이 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마을에서 만난 임철순(57)씨는 운산리의 최고 일꾼입니다.원래 이 곳에서 태어난 임씨는 젊은 시절 대구에 나갔다가 27살에 귀농했습니다.그때부터 운산리의 막내로 귀염을 받아온 임씨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막내입니다.

통계청이 5월31일 인구주택조사 결과를 내놓았는데요,그 결과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시·군·구가 바로 경북 군위였습니다.고령인구 비율이 무려 39.4%입니다.군위 전체 인구가 2만명 가량인데 대략 8000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겁니다.마침 군위를 찾은 5일이 장날이었는데 읍내를 갔더니 정말 노인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중절모를 쓰신 할아버지,곱게 차려입은 할머니들이 제법 북적거립니다.군위 읍내에는 병·의원이 3곳 있다고 하는데 산부인과 병원은 없다고 합니다.급하면 조그만 병·의원에서 아기를 받긴 하는데 대부분 대구 쪽으로 나간다고 합니다.

운산리에서 취재를 하고 있는데 마침 군위 읍내로 들어가는 버스가 지나갑니다.그랬더니 저에게 버스에 몇명이 탔는지 한번 세어 보라고 합니다. 순식간에 지나간 그 버스엔 분명히 운전사를 포함해 4명이 타고 있었습니다.이 마을 노인회장 이돈식(79) 할아버지는 “오늘은 군위 장날이라 많은 거고 보통은 운전수 1명에,노인 1명이 타고 다닌다.”고 하시네요.이 노인회장 할아버지가 참으로 인상이 좋으십니다.기자가 인사를 드리고 취재를 마치고 헤어질 때까지 줄곧 담배를 피우고,미소도 잃지 않습니다.노인회장 할아버지 옆에 있던 이장님.“우리 마을엔 맞담배질이 있어.”라면서 담배를 한개피 피워 뭅니다. 사연인즉슨 연장자와 함께 담배를 피우지 않는 우리 사회 관습대로 했더니 도중에 대화가 끊겨 연장자들이 함께 피우자고 해서 피운게 운산리 관습이 됐다네요.

이 이장님 그럽니다.“기자 양반,집 한채 줄테니 내려와서 살라.”고.저멀리 지나는 기차가 보이는 그 너머 야트막한 산에는 고라니,맷돼지 같은 산짐승이 많다고 합니다.슬쩍 이장님의 제안이 솔깃해집니다.

이 곳에서 막내나 해볼까?

군위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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