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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만에 나도 몰랐던 대학 때 사진이…이렇게 쉬운 신상 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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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살짝 아파 보여야 하고 취미는 십자수나 뜨게질하는 여자라…. 이상형이 참 독특하시네요.”

“좋아하는 노래가 ‘건스 앤 로지스’(Guns’N Roses)의 ‘노벰버 레인’(November Rain)이네요. 그래서 이메일 주소가 ‘guns’인가 봐요.”

최근 가수 서태지(39·본명 정현철)와 이혼 사실이 밝혀진 배우 이지아(33·본명 김지아)는 네티즌들의 신상털기의 ‘먹잇감’이 됐다. 네티즌들은 이지아의 결혼증명서, 이혼판결문은 물론 여배우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는 과거 사진까지 낱낱이 공개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개인 신상정보와 사생활을 온라인에 퍼뜨리는 이른바 ‘신상털기’의 위험성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신상털기의 위험성을 알아보기 위해 10일 오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된 ‘TV 쏙 서울신문’이 직접 실험해 본 결과, 이름과 이메일 주소만 갖고도 이런 얘기가 나오는 데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실험에 나선 사람들은 호서전문학교 사이버해킹보안과 학생 3명. 실험 시작 10분 만에 전화번호, 미니홈피·페이스북 주소는 물론 출신 학교, 학과, 학번, 군입대 날짜까지 알아냈다. 심지어 나도 모르고 있던 대학시절 사진까지 구해냈다. 과거에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자기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것이었다.

한 실험 참가자는 오래 전 친목 사이트에 적어 놓았던 프로필을 바탕으로 혈액형과 좋아하는 노래까지 맞춰냈다. 심지어 10여년 전에 써놓은 이상형에 대한 글도 등장했다. 온갖 민망한 정보가 줄줄이 나오자 결국 나는 30분도 안 돼 “이제 그만!”을 외치고 말았다. 한 참가자는 “조금만 더 시간을 투자했으면 이보다 더 깊숙한 정보도 알아낼 수 있었다.”면서 “그나마 당신이 인터넷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아 이 정도 선에 그친 것”이라고 말했다.

고작 3명이서 이 정도로 ‘신상털기’가 가능한데 사건·사고, 익명보도, 루머 등에 ‘네티즌 수사대’가 총출동하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해질까. 비교적 정보가 적은 기자도 이 정도인데 노출되는 정보가 많은 연예인 등 유명인사들은 어떨까.

신상털기는 주로 검색사이트 ‘구글’을 통해 이뤄진다. 다른 검색사이트와 달리 이름과 같은 사소한 정보만 입력해도 기본 신상정보가 부분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신상털기를 하는 네티즌들은 검색을 통해 나오는 부분적인 정보를 짜깁기하고 다시 검색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구체적인 정보를 캐낸다. 심지어 비밀번호까지 유추해 신상털기 대상의 모든 정보를 빼내는 경우도 있다. 한 네티즌은 “시간과 노력만 있으면 웬만한 정보는 다 알아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최근 신상털기를 위한 전용 검색엔진까지 만들어 내기도 했다.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신상털기를 한층 쉽게 만들었다.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SNS에 올리는 글들은 모든 네티즌들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사적인 대화조차 여과 없이 노출되기 마련이다.

호서전문학교 이종락 교수는 “신상털기는 해킹과 달리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면서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SNS인 트위터·페이스북은 실명 인증이 필요없는 데다 국내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이용자들 스스로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네티즌들은 왜 신상털기에 열광할까.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엿보는 ‘관음증’이 익명성과 결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연세대 황상민 심리학과 교수는 “신상털기 열풍은 단순한 관음증이 아닌 스스로의 정의감 발현”이라고 진단했다. 황 교수는 “구체적이지 않은 언론의 보도를 네티즌들이 스스로 밝혀내면서 ‘우리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라는 만족감을 얻게 된다.”면서 “다른 사람의 잘못된 행동을 낱낱히 밝혀내면서 정의감을 느끼는 것이 신상털기를 하는 네티즌의 심리”라고 말했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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