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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앵커, 초여름의 백두산과 천지 오르다

이호준 앵커, 초여름의 백두산과 천지 오르다

입력 2011-06-10 00:00
업데이트 2011-06-1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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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된 ‘TV 쏙 서울신문’의 남자 앵커 이호준 편집위원이 최근 백두산을 다녀왔다. 다음은 이 국장이 작성한 내레이션 전문.

 

중국 지린성 퉁화에서 백두산으로 가는 길. 고원지대는 이제야 봄이 활짝 기지개를 펴고 있습니다. 중국이 창바이산, 즉 장백산이라고 부르는 백두산. 서울에서 자동차를 타고 몇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길인데, 남의 나라를 돌고 돌아서 도착했습니다.

매표소를 지난 뒤 셔틀버스를 타고 30분 이상 달리자 머리에 하얀 눈을 이고 있는 백두산이 언뜻언뜻 모습을 드러냅니다. 고지대로 갈수록 나무는 키가 작아지고 쌓인 눈은 두꺼워집니다.

 

소위, 서파코스라고 부르는 서쪽 등정로는 주차장에서부터 1340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정상에 이릅니다. 차에서 내리니 봄에서 겨울로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 찬바람이 전신을 감쌉니다. 백두산은 5월말에서 9월 초순까지 석 달 남짓만 개방할 정도로 길을 열어주는데 인색한 산입니다.

 

등정로 옆으로 펼쳐지는 설경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계단을 하나씩 올라 숨이 턱에 차오를 무렵, 드디어 정상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후들거리는 다리를 달래며 앞으로 달려갑니다. 천지의 장엄한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호수. 구름과 안개에 덮여 있어서 자태를 제대로 볼 수 있는 확률이 열 번 중에 세 번이 고작이라는 호수.

 

병풍처럼 둘러싼 봉우리 어디를 둘러봐도 흰 눈으로 덮여 있습니다. 천지 역시 아직은 푸른 물을 얼음 밑에 감춰두고 있습니다. 한 여름이나 돼야 완전히 풀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벅찬 감동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국경을 표시하는 경계비 앞에 서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한 걸음 앞 저 쪽이 오갈 수 없는 우리 땅입니다. 백두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라는 장군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어서 안타까움은 더합니다.

 

이호준 편집위원 sag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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