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서울TV

장맛비 이어지자 침출수 줄줄…구제역 2차 재앙 현실로?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충북 진천군 도하리 산기슭. 지난 2월 구제역 파동 때 매몰한 돼지를 옮겨 담을 축사분뇨저장탱크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공사 현장을 향해 오르는 중에 10여m 떨어진 냇가에서 둥둥 뜬 기름기와 뻘건 덩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한참을 들여다보며 촬영하자 작업을 하던 한 인부가 대뜸 소리를 지른다. “그거, 그거(침출수) 아니에요. 다들 뭐, 소나 돼지에서 나오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쇳물이에요, 쇳물.”



24일 오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된 ‘TV 쏙 서울신문’ 취재진과 동행한 시민환경연구소의 고도현 연구원에게 물어보니 “침출수가 맞다.”고 대답한다. 나뭇가지로 뒤적이니 핏덩어리가 묻어난다. 공사 현장에서 작업에 대해 캐묻자 한껏 예민해진 인부들이 “이거 다 파낼 거다. 말 시키지 말고 군청 가서 알아보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곳에는 살처분한 돼지 456마리가 묻혀 있다. 침출수가 흘러나온다는 제보가 잇따르자 최근 충북도와 진천군이 매몰지 옆에 축사분뇨저장탱크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탱크 설치가 끝나면 매몰지에서 사체를 옮기는 작업을 하게 된다.



지난해 12월부터 넉 달 가까이 전국에 휘몰아친 구제역 광풍으로 생겨난 매몰지는 모두 4700여곳. 지난 3월 말 정부가 ‘사실상 종식’을 선언했지만 그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서둘러 매몰하면서 예견됐던 침출수 재앙이 현실화되고 있고, 장마가 시작된 침출수로 인한 토양, 지하수 오염이 확산될 우려도 커졌다.

최근 저장탱크를 설치하고 매몰 가축을 모두 옮긴 진천 광혜원면의 한 매몰지. 아직도 썩는 냄새가 진하게 남아 있다. 논과 매몰지 사이 도랑에는 기름과 정체불명의 부유물이 떠 있고, 벌레들이 꼬여 있다. 수로를 긁자 기름이 꿀럭꿀럭 뿜어져 나온다.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매몰지로 꼽히는 충주는 안전할까. 지난해 말 소 251마리, 돼지 19마리를 묻은 앙성면 중전리 주민 윤병관씨는 “여기가 무슨 모범 매몰지냐.”고 되묻고 “내가 어디 하소연할 곳을 찾다 찾다 이제야 알리게 됐다.”면서 취재진을 깊은 산속으로 안내했다. 냇가에서 악취가 풍긴다. 매몰지 부근에서 걸음을 멈춘 윤씨는 “예전에는 여기서 나오는 물을 먹기도 했는데 지금은 조금만 긁어도 이렇게 기름이 나온다.”며 비탈면을 나뭇가지로 파헤쳤다. 하수구에서나 날 법한 악취가 풍기면서 기름 덩어리까지 흘러나왔다.



침출수를 채취하기 위해 침출수관을 찾았는데, 이상하게도 매몰지 꼭대기에 관이 설치돼 있다. 침출수관으로 유리병을 넣은 뒤 꺼내자 노란 기름만 묻어나온다. 궁여지책으로 가스관에 병을 넣어 침출수를 빼냈다.

고 연구원은 “물은 아래로 흐르기 때문에 침출수관은 매몰지 가장 아래에, 물이 흐르는 경로를 따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침출수를 가스관에서 채취하다니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날 채취한 침출수와 지하수의 성분 분석 결과가 나오려면 한참 있어야 한다. 하지만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 입수한 충주시의 이 지역 침출수 환경영향조사에 따르면 암모니아성 질소는 3.63~54.20로 측정됐다. 보통 마실 물은 암모니아성 질소가 0.5 이하여야 하지만 이 지역 물에서는 암모니아성 질소가 108배 이상 검출된 것이다.



고 연구원은 “원자력연구원에서 사용하는 침출수 성분 분석법을 보면 암모니아성 질소 수치가 가축 분뇨보다 5배 이상 많이 나오면 침출수로 판단한다.”면서 “이곳의 암모니아성 질소 수치가 이렇게 높은 것으로 봐서 침출수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저장탱크에 매몰 가축을 옮겨 오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물론, 매몰 이전지의 오염된 토양도 고온·고압으로 녹이거나 화학처리를 해서 지하수가 오염되는 2차 재앙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주·진천 최여경기자·김상인PD kid@seoul.co.kr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

서울신문 www.seoul.co.kr

주소 : 100-745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24 (태평로1가 25번지) 서울신문사빌딩 l 대표전화 : (02) 2000-9000

인터넷서울신문에 게재된 콘텐츠의 무단 전재/복사/배포 행위는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위반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서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