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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선 “주 40시간”…다른 쪽에선 “하루 12시간, 토요일 근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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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명의 동료와 함께 서울 광진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17년차 보육교사 A씨. 오전 8시쯤 출근해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 일하고 토요일에도 한 달에 한 번씩 오전 근무를 해야 한다. 주당 근로시간이 60시간을 넘는 것이다.

지난 1일부터 5~19인을 고용한 사업장으로 주 40시간 근무제가 확대됐지만 A씨의 근로시간은 그대로다. 급여도 200만원 남짓으로 전과 다름 없다. 지난달까지 받던 기본급을 이달부터 기본급과 시간외 수당으로 나눠 받는 것이 유일하게 달라진 점이다. A씨는 “모든 문제를 교사에게 떠넘기는 보육시설도 문제지만 정책만 쏟아낼 뿐 현실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 정부도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29일 오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된 ‘TV 쏙 서울신문’은 민간 어린이집 전체 3만 8000곳 가운데 78% 정도인 3만곳에서 40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달라진 것들을 점검했다. 40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이후 첫 급여 지급일을 앞두고 보육현장에선 시간외 수당 산정 방식이나 토요 근무 등을 두고 큰 혼선이 빚어지고 있었다. 시간외 수당 지급을 둘러싸고 일부 보육교사들은 집단소송 불사를 공언하면서 시설 원장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공공노조 보육분과의 이재용 조직부장은 “추가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하는 보육교사들의 상담이 부쩍 늘었다. 일부에서는 소송을 제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끼리 상충하는 정책이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보육시설은 주 6일 이상, 하루 12시간 이상 운영하도록 규정돼 있다. 40시간 근무제 확대 시행 이후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지원책은 ‘시간제 교사 채용’과 ‘오후 3시 이후 통합반 허용’ 등의 행정지원 뿐이다. 특히 시간제 교사 채용을 허용한 것과 관련, 정부가 비정규직 양산을 부채질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우림어린이집 김애리 원장은 “안 그래도 보육교사들의 임금이 낮은데 시간제 교사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지급할 수밖에 없어 지원자가 없다.”면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이 없으면 주 6일, 하루 12시간 시설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부모들로서도 40시간 근로제 확대는 달갑지 않다. 세 아이를 모두 이 어린이집에 맡기는 김보경(32·여)씨도 “공짜로 아이들을 보육시설에 맡기는데 아이들을 늦게 찾으러 오거나 토요일에 맡기려면, 어린이집에서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걸 뻔히 알아 죄송해서 못 맡기게 된다.”고 털어놨다.

박천영 보육시설연합 민간(시설)분과위원장은 “정부가 추가근무 수당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을 못한다면 8시간 이상 아이를 맡길 때는 보육시설이 (부모들로부터) 추가 비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민간 보육시설의 질이 높아지고 부모가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육교사들의 열악한 처우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민간 보육시설의 수가 많아 한꺼번에 비용 지원을 하기 힘들다. 하지만 예산을 단계적으로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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