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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달 8일 첫 출근 앞둔 장애인 앵커 이창훈씨 “합당한 성취로 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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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에 들어서니 훤칠한 젊은이가 손을 앞으로 조금 내밀었다. 기자가 다가서던 각도와 약간 틀어졌지만 곧 바로잡았다.

남자답게 생긴 용모란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키가 큰지는 몰랐다. 182㎝라고 했다.

지상파 방송 사상 처음으로 KBS에 프리랜서 뉴스 앵커로 기용돼 다음달 8일 첫 출근하는 시각장애 1등급 이창훈(27)씨가 29일 오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된 ‘TV 쏙 서울신문’에 출연했다. 기자는 전날 오후 2시30분에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이씨 자택을 찾아 30여분 촬영한 뒤 이씨와 어머니 이상여(57)씨를 함께 차에 태우고 마포구 상암동의 스튜디오로 향했다. 녹화가 끝난 뒤에는 오던 길을 되돌아 다시 자택에서 1시간쯤 인터뷰를 했다. 이렇게 3시간여 인터뷰를 했다.

3녀1남의 막내인 창훈씨는 셋째 누나와 함께 생활하고 어머니 이씨는 한달에 한 번씩 경남 진주에서 자녀들 살림을 돌보기 위해 다녀간다고 했다.

창훈씨 방은 여느 시각장애인처럼 모든 것이 정돈돼 있었다. 베이스기타 가방, 책장의 휴지상자 위에 놓인 라면 하나 , 고급향수 등이 눈길을 붙들었다. 생후 7개월째 처음 뇌수막염을 앓아 어둠과 밝음 정도만 분간할 수 있었던 창훈씨는 무섭고 아파 어머니를 그렇게도 찾았다고 했다. 오죽했으면 어머니가 잠을 이루기 위해 집안에 숨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냄새만으로 잘도 찾아냈다고 했다. 뇌수막염 때문에 시력뿐만아니라 사지마비도 왔고 그 아픔 때문에 잠이 든 어머니를 꼬집고 깨물었다.

여덟살 때 제대로 된 학교가 진주에 없어 가족과 떨어져 서울 살이를 시작했는데 아홉살 때 다시 뇌수막염을 앓아 완전히 시력을 잃었다. 그 고통에서 그를 건져낸 게 음악이었다. 교회에서 들은 찬송가를 피아노로 거의 완벽하게 연주하면서 음악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브라스 앙상블에서 트럼펫을 불기도 했다. 베이스기타는 밴드에서 가장 듬직하며 안정감을 다른 동료에게 심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의 면모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출출하면 ‘라면땅’을 즐기는데 오른손을 뻗쳐 닿는 위치에 항상 놓아둔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방안의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갖고 있다. 부엌에도 매일 그의 손길이 닿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지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늘 하루 한 번 빨래하고 식사 준비도 손수 한다고 했다.

1년에 5~10회 정도는 잠실야구장을 찾아 열광적인 응원을 한다고 했다. 라디오를 갖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응원 소리와 그라운드에서 들려오는 소리들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프로야구 광팬인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직접 캐치볼도 몇번 해보았는데 그리 구속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LG 트윈스의 홈경기 시구를 해보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가 평소에 가장 입에 자주 올리는 말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야구광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법하다.

고급향수는 누나들이 돌아가면서 챙긴단다. 창훈씨는 “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느낌을 항상 갖고 있었다.”며 그런 안정감 덕분에 오늘이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첫 장애인 뉴스 앵커로서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맨먼저 걸어야 하는 것 때문에 많은 책임을 느낀다.”고 진지하게 밝힌 그는 자신이 첫 장애인 뉴스 앵커로 뽑힌 것을 “장애를 극복했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노력한 자가 합당한 성취를 이뤘다고 보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창훈씨 인터뷰는 서울신문 8월1일자 지면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약 50명의 팔로워가 있다는 그의 트위터 계정은 lch85@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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