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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호의 시사 콕-저축은행 피해자에 퍼주기…“법 만드는 의원들이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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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말이 되는 얘기인가?”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 많으실텐데요.

여야가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이들의 피해액을 상당한 정도로 보상해주는 법안을 만들기로 잠정 합의한 사실 말입니다.

12일 오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된 ‘TV 쏙 서울신문’의 고정 꼭지 ‘진경호의 시사 콕’이 이 문제를 다룹니다.

다음은 전문.

여야가 저축은행 영업정지에 따른 피해자 구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예금액 6천만원까지는 전액 돌려주고, 1억 5천만원까지는 90%를 돌려주는 쪽으로 얼개를 잡았습니다. 예금액이 3억 5천만원을 넘어도 60%까지는 돌려받도록 하겠다, 이럽니다.

물론 확정된 건 아닙니다.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위가 잠정적으로 만든 안입니다. 아직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습니다. 하지만 확정 여부를 떠나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 있습니다. 법을 만든다며 법을 무시하는 국회의원들의 행태입니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은 예금 보장 한도를 5천만원으로 묶어 두고 있습니다. 금융거래의 자기책임 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한데 이번 국회 특위의 구제안은 이런 법질서를 완전히 무시했습니다. 이런 구제안이 특별법으로 만들어진다면 현행 예금자보호법은 그 날로 죽은 법이 됩니다. 전례와 형평도 맞지 않을뿐더러 앞으로 비슷한 일이 일어나면 감당할 길이 없습니다.

12개 저축은행의 비리로 피해를 본 고객 10만 여명, 마땅히 피해를 보상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피해 보상에도 법이 있고, 절차가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밀집한 부산?경남의 민심이 사나워졌다고 해서, 그래서 이곳에서 내년 총선 치르기가 어려워졌다고 해서 무작정 퍼주고 보자는 식으로 대응한다면 이는 정치인이 아닙니다. 국민들 세금으로 자기들 표나 챙기는 정상배들일 뿐입니다.

정부에게도 한마디 하겠습니다. 국회 대책이 법체계를 허문다며 거부권 행사 운운하고 있습니다만 그게 능사가 될 수는 없습니다. 책임으로 따지면 저축은행 비리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정부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별 도리가 없으니 국민 성금으로 메우자. 이게 기획재정부 장관이 할 소리인지 정말 듣기 딱합니다. 법이고 뭐고 상관 말고 일단 퍼주고 보자는 국회와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참 난형난제입니다. 아무 잘못도 없이 생돈을 떼인 수만의 피해자들, 지금도 울고 있습니다. 대책, 서둘러야 합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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