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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이도운 논설위원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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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된 ‘TV 쏙 서울신문‘은 이도운 논설위원을 스튜디오로 초대, 개표조차 하지 못한 채 막을 내린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를 짚어봤습니다. 다음은 전문.(실제 방송 내용과는 약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호준 앵커> 이번 주민투표는 결국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한 채 끝났습니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상황이지요.

이도운 논설위원> 네. 이번 투표는 서울의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에 대한 무상급식을 언제부터 어느 범위까지 할 것인지를 서울시민에게 직접 묻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정책을 묻는 투표죠. 그런데 이 투표가 오세훈 시장이 시장직을 걸면서 정치투표로 변질된 측면이 있습니다. 그 점이 우선 서울시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이런 식의 정책투표가 거의 없었기도 했지만, 정책 투표가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총선, 시*도지사나 군수, 구청장 등을 뽑는 지방선거보다 투표율을 많이 내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예견돼 왔습니다. 그리고 민주당이 내세우는 무상복지 가운데서도 무상의료나 무상보육에 비해 무상급식 문제는 보수층에서도 일부 이견이 있었던 사안이었습니다. 아이들 밥 먹이자는데 무슨 말이 많느냐 라는 거죠.

민주당 등 야당측과 서울시교육청 등이 벌인 투표거부 운동의 영향도 컸을 겁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론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오세훈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경기도에서 그랬던 것처럼 합리적으로 이견을 조정할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시민에게 직접 물어보자고 하는 것이 그다지 적절치는 않았다고 시민들이 판정한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최여경 앵커> 그런데 하루 전만 해도 개표함을 열 수 있다고 자신하던 한나라당은 투표율 25.7%면 사실상 승리라고 말을 바꿨어요.

이 위원> 한나라당 지도부의 그런 식의 발언은 궤변에 가까운 말이라고 봅니다. 오 시장이 사실상 승리를 했다면 왜 물러납니까. 한나라당의 이런 식의 인식 때문에 민심이 멀어지는 것 아닌가 우려되기도 합니다. 아마도 지도부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입지 때문에 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부분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런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25.7%라는 투표율이 보수층의 결속을 보였다거나, 오 시장의 지난 선거 때 받은 득표율보다 많았다거나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잘 연구해서 다음 선거에 대비할 수는 있겠죠.

 

이 앵커> 그러나 오 시장의 사퇴로 실시될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당이 기선을 잡은 건 확실하지 않나요.

이 위원> 그걸 꼭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민심은 아침 저녁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민주당이 잘 한 것은 뭐가 있습니까. 그리고 선거전략이기는 했지만 투표 자체를 보이콧 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 특히 민주주의 측면에서 옳은 것이냐 하는 것은 다시한번 돌아봐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를 너무 정략적으로 보다가 일을 그르친 측면이 큽니다. 민주당이나 다른 야당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 문제를 갖고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내년 총선이나 대선은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변수가 있을 지 모릅니다. 이번 선거 문제와 관련해서는 여야 모두 투표에서 드러난 시민의 뜻에 따라 어떻게 복지 정책을, 우리 경제와 사회 현실에 맞게 조정하느냐 하는 문제를 갖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최 앵커> 오세훈 시장은 언제쯤 사퇴할 것으로 봅니까. 그리고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어떻게 될까요.

이 위원> 오 시장은 내일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나 한나라당 지도부는 말리겠지만, 말린다고 될 일도 아닙니다. 아마 오 시장은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은 심정일 겁니다.

그렇게 되면 오는 10월 26일 서울시장 선거가 치러지게 됩니다. 이번 투표에서 오세훈 시장과 한나라당이 패배했다고 해서 오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아마 여야 모두 총력전을 벌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승부는 역시 정책과 인물에서 판가름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투표 결과를 얼마나 잘 해석하고 분석해서 서울시민이 원하는 정책을 제시하느냐, 그리고 얼마나 서울시민이 원하는 인물을 공천하느냐 여기에 승패가 달렸다고 봅니다.

 

이 앵커> 어찌됐든 9개월을 끌어온 문제가 일단락됐습니다. 이번 투표의 교훈이라면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이 위원> 무상급식과 관련해서 전면적으로 하느냐, 단계적으로 하느냐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예산 등 우리나라 경제상황과도 밀접하게 연관이 돼있는 사안입니다. 어찌보면 국정을 책임진 여당과 정부 쪽의 고민이 더 컸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번 무상급식 투표 과정을 보면 그래도 일관된 주장을 유지해온 쪽은 야당입니다. 한나라당은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서 중구난방, 좀처럼 의견을 모으지 못했습니다. 자기 당 내부 의견도 정리가 안돼 있는데 어떻게 시민들을,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겠습니까.

민주당의 경우는 이번 투표 결과가 무조건 무상 복지 내걸면 승리한다 이런 착각을 하면 안될 것으로 봅니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무상 급식은 다른 무상복지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의 강남 부자들 가운데는 어려운 학창 시절을 보낸 분들도 많고, 그렇지 않아도 어려웠던 친구들과 함께 커온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우리 경제가 부담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 다른 사안들에까지 무상복지를 한없이 확대하려는 모습을 보이면 유권자들이 결코 용납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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