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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호의 시사 콕-선의, 국민 우롱하기엔 너무 고결한 표현

진경호의 시사 콕-선의, 국민 우롱하기엔 너무 고결한 표현

입력 2011-09-02 00:00
업데이트 2011-09-0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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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된 ‘TV 쏙 서울신문’의 고정 꼭지 ‘진경호의 시사 콕’은 곽노현 쇼크를 다룹니다. 다음은 전문.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문제로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지난해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진보진영 후보를 한 명으로 압축하는 단일화 이후 상대 후보와 돈을 주고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미 곽 교육감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한 뒤 돈을 받은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는 구속이 됐습니다.

이제 곽 교육감에 대한 사법처리가 관심의 초점입니다. 곽 교육감도 박 교수에게 돈을 준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모두 2억원을 줬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돈은 박 교수가 형편이 어렵다고 해 선의로 준 것일 뿐, 후보 단일화의 대가는 결코 아니다, 이렇게 말합니다. 석연치 않습니다. 그래서 여당 뿐 아니라 야당에서도 당장 사퇴하라고 목청을 높입니다. 구속된 박 교수도 단일화 과정에서 선거비용 7억원을 곽 교육감이 주기로 해놓고 안 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뭐가 진실인지는 물론 검찰이 가릴 일입니다. 정말 단일화의 대가는 아닌지, 건넨 2억원은 어디서 났고, 그 돈을 마련하는 데 불법은 또 없었는지 다 가려내야 합니다. 적어도 법적으로는 돈의 성격을 명확히 가려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하면 됩니다.

다만 곽 교육감의 처신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백번 양보해 돈을 준 건 선의였다, 그러니 죄가 없다 치겠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요. 후보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에게 그 대가로 돈을 주고도 선의로 준 거다 이러면 처벌받을 사람 누가 있을까요. 후보 매수라는 중대한 선거범죄가 판을 쳐도 처벌할 사람 아무도 없게 되는 겁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단일화 등을 이유로 중도에 사퇴한 후보가 무려 87명이라고 합니다. 이들 중에 후보 사퇴를 조건으로 돈 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곽노현 교육감, 교육비리 척결을 외치며 당선된 사람입니다. 죄가 없다는 곽 교육감의 항변은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다, 이렇게 들립니다. 선의라는 말, 국민을 우롱하는 데 쓰기엔 너무 고결한 말입니다. 법 이전에 교육자로서의 양심을 생각했으면 합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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