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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호의 시사 콕-안철수 신드롬이 정치권에 던진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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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된 ‘TV 쏙 서울신문의 고정 꼭지 진경호의 시사 콕은 지난 한 주 대한민국 정치권을 요동 치게 만든 안철수 신드롬을 다룹니다. 다음은 전문.

안철수, 우리 정치권이 이 이름 석자에 그야말로 열병을 앓고 있습니다. 정치권뿐 아니라 나라 전체가 안철수 신드롬에 빠졌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검토한다는 얘기가 처음 나온 뒤로 불과 일주일 만에 이 나라 정치 지형은 확 바뀌어 버렸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는 40%, 50%에 이르는 지지율로 여야의 유력 후보들을 압도했습니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 안철수가 나서면 지지하겠다, 이런 사람이 40%를 넘습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겠다는 사람보다 많습니다. 지난 년 동안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을 넘봤던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 굳건한 박근혜 대세론마저 삽시간에 흔들어버린 겁니다.

그런가 하면 안철수씨가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한 박원순 변호사의 지지율도 급등했습니다. 5% 안팎에 불과했던 지지율이 불과 하룻만에 40% 선으로 올라섰습니다. 야권으로선 이런 횡재가 따로 없습니다. 반면 한껏 여유를 부리던 여당으로선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습니다.

뜨거운 열정과 끊임없는 도전으로 일군 개인적 성취에다 강연 등을 통해 내보인, 우리 사회에 대한 따뜻한 그의 시선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냈다고 할 것입니다.하지만 이것만으로 안철수 열풍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구태와 정쟁으로 얼룩진 우리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이 안철수 신드롬을 만들어 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말로만 서민과 민생을 외칠 뿐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을 챙기는 데 급급한 기성 정치권이 행태를 보면서 우리 정치,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는 국민들의 절박감이 안철수 바람, 안풍을 만들어 낸 겁니다.

물론 여러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바람은 바람일 뿐이다, 지금 안철수에 대한 열광이 언제까지 가겠느냐, 이럽니다. 국가관이 무엇인지, 정치철학은 또 뭔지, 국정을 꾸려나갈 능력을 갖추고 있는 건지 검증된 바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안철수 개인의 실상과 허상이 아닙니다. 지금 정치, 이래서는 안 된다. 바꿔야 한다. 이런 국민들의 열망과 에너지가 응축될 대로 응축돼 있는 현실, 이게 정말 우리 모두가 직시해야 할 우리의 자화상일 겁니다. 그리고 그런 국민들의 에너지를 바탕으로 우리 정치, 바꿔 나가야 합니다.

사무엘 베케트 원작의 고도를 기다리며’, 많이들 좋아하는 연극입니다. 연극에서 주인공 둘은 시골길 나무 밑에서 하염없이 고도를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이들에게 고도는 약속이고, 꿈이고, 희망입니다.

안철수 열풍 속에 잠긴 지금, 우리는 어쩌면 고도를 기다리는 두 주인공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건 고도가 아니라, 고도를 기다리는 우리 자신들일지 모릅니다. 새로운 정치,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그런 정치를 기다리는 우리 자신들 말입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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