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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주인처럼 행세하는 곳? 전북 진안의 희한한 식당 삼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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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희한한 식당이다. 전북 진안군 백운면에 있는 삼산옥. 옛날 공중목욕탕에서나 볼 수 있던 하늘색과 흰색 타일이 오밀조밀 붙여진 조리대겸 식탁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그 흔한 메뉴판도 없다.

새벽에 논밭 보러 나갔던 마을 남정네들이 쓱 들어와 냉장고 문을 열어 먹을 것을 꺼내놓는다. 손님들은 조리대 옆에 선 채로 고기를 구워 먹거나, 주인 권순남(76) 할머니가 그날 그날 내놓는 안주에 막걸리나 소줏잔을 기울이며 얘기꽃을 피운다. 어느 때는 무전이, 또 어느 때는 김치전이 나오는데 손님들은 실컷 먹고는 술값만 치르는 게 다반사. 9일 오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된 ‘TV 쏙 서울신문취재진이 찾은 6일 오후엔 민물고기와 가시오가피주를 들고 온 손님이 매운탕을 끓여 달라고 해 밥과 반찬을 알뜰히 챙겨 먹었다.

이웃이 가져다준 호박을 듬성듬성 썰어 부친 두툼한 전을 쟁반 가득 안주 삼아 막걸리 한 병을 마시고는 달랑 2000원 내고 마는 손님도 부지기수. 이런 식으로 해서 어떻게 돈을 벌지? 싶겠지만 40년째 가게를 운영해온 권 할머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그 오랜 세월, 새벽 5시에 문을 열지 않은 날이 손으로 꼽을 만하다는 권 할머니가 김남옥(65) 할머니에게 언성을 높인다. 귀가 안 들리는 김 할머니가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그런다. 이런 새벽의 시끌벅적함마저 고향의 정취로 다가온다.

한 달에 돼지 한 마리를 소화한다는 이곳 식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돼지두루치기. 들어가는 모든 재료가 모양새를 따지지 않고 시골스럽다.’ 권 할머니는 응 그건 여기 돼지와 물 등이 맛있어서 그런 거고, 예전에는 사람들이 물과 김치, 채소만 넣어 끓여도 맛있게 먹었는데 요즘엔 돼지고기 한 줌이라도 넣어야 먹어요. 참나.”라고 혀를 끌끌 찬다.

동네에서 젊은 축에 드는 한 농민이 불쑥 안집 마당으로 들어와 바구니 하나를 챙겨들고 나간다. 바구니 안에는 김치가 담겨 있다. “저희처럼 일손 바쁜 사람들, 혼자 사는 사람들 위해 김치를 담가놓으세요. 그러면 이렇게 가져가 맛있게 먹는 거죠.

돈은 많이 버셨을까? 권 할머니는 그냥 논이나 밭에서 키운 거 우리에게 갖다주면 되는 거지. 뭐 다른 게 있겠어? 그럼 우리는 또 반찬 만들어 다른 이에게 돌려주고라고 말한다.

사흘 뒤면 한가위, 41녀를 키워 손주만 10명 뒀다는 권 할머니는 전주와 서울, 군산 등에 흩어져 사는 자녀와 손주들이 모두 모이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바로 여러분 부모처럼.

진안 박홍규PD go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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