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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출마선언 … “서울시민은 부채만 25조 5천억원”

박원순 출마선언 … “서울시민은 부채만 25조 5천억원”

nasturu@seoul.co.kr 기자
입력 2011-09-21 00:00
업데이트 2011-09-2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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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으로 단일후보가 된 박원순 변호사가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서울시장 공식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음은 박원순 변호사 기자회견 전문>

"2011년 서울, 변화의 시나리오가 시작됩니다."

서울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박원순입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꿈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늘 세상은 꿈꾸는 사람의 것이라고 말해왔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그 꿈을 꾸어왔습니다. 바로 오늘과는 다른 내일,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꿈꾸어 왔습니다.

오늘 서울은 꿈이 필요합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서울을 꿈꿀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가난한 사람과 부자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생태와 녹색이 숨 쉬는 도시, 사람의 냄새가 풍겨오는 거리, 문화와 예술이 삶속에서 녹아있는 생활공간, 역사의 향기와 삶의 기억들이 살아나는 고향 같은 서울을 꿈꾸어 왔습니다.

요란하게 외치지 않아도 돋보이고, 누가 꾸미지 않아도 아름다운 그런 서울을 꿈꾸어왔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기본이 바로 서 있고, 소박하고 검소해도 안전한 도시로서의 서울을 그려왔습니다.

아마도 저 혼자만의 꿈은 아닐 것입니다. 꿈은 혼자서 꾸면 몽상에 지나지 않지만 함께 꾸면 현실이 되는 법입니다. 이제 그 꿈을 함께 꾸고, 함께 실현하는 이 새로운 역사의 물결에 함께 하시지 않으시렵니까?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후 서울시내 곳곳에서 경청투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저께 수유시장에서 만난, 손등에 세월이 박힌 어느 아저씨는 "평범하게 사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고 하셨습니다. 남대문상가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는 "삶이 무너져 내린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살이에 지친 사람은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많은 서울시민들이 서울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전세 값을 더 올려줘야 한다니, 퇴근길마다 절로 한숨이 나옵니다. 부모 부담 좀 덜어주겠다고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이나 뛰는 아이들이 가슴에 멍으로 맺힌 것도 오래전입니다.

오늘은 대학생이 아니라 아르바이트생으로, 내일은 비정규직으로 살아갈 아이들 앞에서 우리는 한없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고단한 삶에 아프고 지쳐버린 사람들, 그 사연이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버티고 버티다 결국엔 가게 문을 닫고 절망하는 자영업자와 재래시장 상인들,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감당할 수 없는 물가에 속이 타들어가는 주부들, 서민을 쫓아낸 것도 모자라 자취방마저 삼켜버린 뉴타운 개발로 고시원으로 쪽방 촌으로 밀려나는 대학생들, OECD 국가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어린이·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서울은 결국 사람을 잃었습니다. 상처투성이의 도시가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서울의 현실은 '아픔'그 자체입니다. 저는 그 아픔을 치유하고 보듬는 시장이 되겠습니다.

시장이란 서울살이가 힘든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자리, 거칠고 팍팍한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자리입니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들의 소박한 꿈을 찾아주는 자리입니다. 기꺼이 시민 여러분의 곁으로,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시장이 되겠습니다.

지난 시정의 가장 큰 문제는 서울시에 시민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명박,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만든 서울은 천만 시민의 서울이 아닙니다. 두 사람의 대권 꿈이 커가는 지난 10년 동안 시민들의 꿈과 희망은 오히려 축소되고 실종되었습니다.

체념이 일상이 되고, 희망은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불안하고 피곤한 도시가 되어버렸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서울시민은 빚쟁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두 전임 시장을 거치면서 서울시 부채는 8조에서 25조 5천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연간 이자만 1조원이 넘습니다.

겉모습 치장하고 보여주기 행정하느라 재정이 파탄났습니다. 의회와의 갈등으로 대의민주주의는 실종되고 시정은 중단되었습니다.

서울시장은 자신의 꿈을 추진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울시민들의 꿈과 희망을 정책으로 담아내는 자리입니다.

저는 과잉으로 정치화된 서울을 바로잡겠습니다. 사욕을 버리고 공평무사한 행정을 펴겠습니다. 어느 한 정파의 이해가 아니라 오직 시민의 이익, 공공의 이익을 챙기겠습니다.

토건과 거대프로젝트로 멍든 서울시 재정을 균형재정으로 돌려놓겠습니다. 21세기가 요구하는 국제도시 서울에 걸맞는 기본 인프라에 투자하고 시민들에게 절박한 생활시설에 중점을 두겠습니다.

기본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상식으로 회귀할 것입니다.

지난 10년이 '도시를 위해 사람을 잃어버린 10년'이라면 앞으로 10년은 '사람을 위해 도시를 변화시키는 10년'이 되어야 합니다.

천만 서울시민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보내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새로운 변화,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바로 그 서울시민의 요구와 생각, 그것이 또한 저의 정책이고 비전이고 꿈입니다.

해결할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산적한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상황은 너무나 엄중합니다. 하루아침에 생긴 문제가 아니니 하나하나 바로잡고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도 단숨에 될 일은 아닙니다.

남은 임기가 3년이 채 되지 않지만 저는 서두르지 않겠습니다. 차근차근,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그러나 분명히 앞을 향하여 걸어갈 것입니다.

깊은 생채기에도 새살은 돋습니다. 시민 여러분이 함께 하면 새로운 길을 반드시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시민 여러분의 힘으로 서울을 바꾸고 시정을 바꿀 때입니다

저는 평생 시민의 편에서 좀 더 나은 사회, 좀 더 좋은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일해왔습니다. 누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무엇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세상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동분서주해 왔습니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 아름다운 사회를 위해 나름대로 헌신해 왔습니다.

1980년대 군사독재시절 인권이 억압당할 때 인권변호사로 국민들 곁을 지켰습니다. 1990년대 시민의 권익과 사회의 개혁이 절박한 시절 참여연대를 만들어 국민의 호민관이 되었습니다.

2000년 사람사이에 공감과 동행이 필요한 시절에 아름다운 재단과 가게를 시작했습니다. 2006년 거대담론이 아니라 구체적 정책이 필요한 시대에 시민의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희망제작소와 좋은 시장학교를 열었습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지역의 리더들과 함께 많은 답을 만들었습니다. 박원순이 함께 한 전국 곳곳에 새로운 미래와 대안들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전 세계 모범이 되는 나라, 도시라면 가보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수많은 전문가들과 면담하고 교분을 쌓았습니다. 저는 그 모든 분들과 함께 실질적인 변화, 진정한 변화를 도모할 자신이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방식은 명쾌합니다. 시대와 시민이 필요한 것을 분명하게 찾고, 가장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팀웍을 만들어 함께 일한다는 것입니다.

서울의 현실은 정부는 20세기, 시민은 21세기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를 시청 사무실로 이해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서울시민의 자발적 참여, 창조·혁신으로 거듭나는 공무원, 더 큰 역할을 하는 사회-이렇게 삼각편대가 제가 그리는 서울시청의 모습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시장은 자신의 꿈이 아니라 시민의 꿈을 자신의 일로 만들 수 있는 자세, 세계와 호흡하며 새로운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창조와 혁신의 비전과 네트워크,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체적 현실로 만들어내는 강력한 추진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꿈꾸는 것은 어제의 서울로 복귀하거나 오늘의 서울을 반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미래의 서울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지금이어야 합니다.

서울시장이 되면 저는 다음 여섯 가지를 우선적으로 실천하겠습니다.

첫째, 전시성 토건예산을 삭감하고 그 재원으로 복지·환경·교육 등 시민의 삶을 보듬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투자하겠습니다.

둘째, 시의회·교육청과 협의하여 친환경무상급식정책을 조기에 확정하여 차질 없이 추진하겠습니다.

셋째, 일자리문제 해결을 최우선과제로 삼아 소외된 취약계층과 청년들이 일어설 수 있는 사회복지적 일자리와 창조적 벤처기업의 창업과 경영에 필요한 정책지원에 나서겠습니다. 그 일환으로 사회투자기금과 중간지원기관, 유통지원기구의 설치를 추진할 것입니다.

넷째, 한강운하는 폐기하고 자연형 한강을 복원하겠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물론이고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난에 대비하는 안전한 녹색서울을 만들겠습니다.

다섯째, 재건축·재개발의 과속추진을 방지하고 이주시기의 조절과 새로운 임대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물론, SH공사의 개혁을 통해 전세난을 최소화하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무엇을 하겠다는 공약을 일일이 나열하지 않겠습니다. 시민 여러분의 생각을 듣고 그것을 정책화하는데 더 신경 쓰겠습니다. 그 보다 어떻게, 누구와 함께 그것을 실천할지를 고민하겠습니다.

저는 부정보다는 긍정의 힘으로, 갈등과 대립보다는 협력과 조정의 힘으로 시정을 이끌겠습니다. 모두를 아우르겠습니다.

생경한 이념이나 추상적인 담론이 아니라 실증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을 중시하겠습니다. '21세기 실학'을 꽃피우겠습니다.

저는 현장주의자입니다. 현장에는 문제도 있지만 그 답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늘 현장에서 민생을 챙길 것입니다.

저는 시민이 고객이 아니라 주인이라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시정의 단계마다 분야마다 시민들을 주인으로 모시겠습니다. 언제 어디라도 시민들을 찾아갈 것입니다. 언제 어디라도 시민들을 만날 것입니다. 웹2.0에 기반한 소통의 혁명을 이루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시민이 시장입니다. 새로운 서울, 박원순이 하면 확실히 다를 것입니다. 서울시민이 원하는 변화를 만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진 /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글 /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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