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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에 목숨 건 이들, 서울 강남구청 보건과 직원들의 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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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에 관한 민원이 그렇게 많이 구청에 쏟아지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서울 강남구청에만 한해 동안 모기 민원이 3000여건 접수된다고 합니다. 정말 믿기지 않는데요, 심지어 자기 집에 들어와 모기 잡아달라고 하는 주민도 있답니다.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것은 전임 구청장 시절, 정말로 구청 직원들이 출동해 모기를 잡아줬다고 하는군요.

 

그렇게 민원이 쏟아지니 강남구청 보건과나 전염병관리팀원들이 모기를 퇴치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1일 오전 7시와 오후 7시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될 ‘TV 쏙 서울신문’ 취재진이 전염병관리팀원들과 함께 삼성동 주택가를 돌며 정화조 안을 살펴봤습니다. 방역장비를 잔뜩 실은 트럭과 취재진이 접근하자 빌라 주인 서너 명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왜 찍냐는 거지요. 빌라 이름이 방송에 나갈지 걱정하는 것이었습니다.

팀원들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 안의 정화조를 살펴보려면 대단한 용기와 작전을 짜야 한답니다.

 

이들은 모기의 유충인 장구벌레가 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모기는 고인 물 위에서 산란을 하는데 정화조처럼 좋은 장소가 없답니다. 정화조 구조는 부패조, 산화조, 소독조(방류조)로 나뉘는데 부패조는 인분이 썩는 곳이고 산화조는 걸러진 물을 가둔 뒤 소독조에서 자갈과 돌 등이 작용해 방류수를 내보내는 구조입니다. 물이 늘 고여있는 산화조는 계절에 관계없이 모기가 서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모기는 한 번에 50~150개의 알을 낳기 때문에 성충을 잡아 죽이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퇴치가 되지 않습니다. 유충들을 없애야 하는 것이지요.

 

16명의 전염병관리팀원들이 매일 주택가를 돌며 정화조 뚜껑을 열어보며 모기 개체수를 확인한답니다. 팀원들은 유충들이 많이 보이는 정화조 안에 화학 살충제 대신 은행잎이 가득 든 그물망을 던져 넣습니다. 은행잎에 포함된 ‘프라보노이드(Ginkgo-flavon glycosides)’와 ‘터페노이드(Ginkgolides and bilogalides)’ 성분이 살충·살균 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옻나무, 여뀌, 국화 등 다양한 식물을 구했는데 값이 비싼 데다 재료를 쉽게 구하기도 어려웠답니다. 이때 고민을 덜어준 것이 은행잎.

 

거리에 나뒹구는 은행잎을 모으기만 하면 되는 일이니까요. 보통 다세대 주택의 산화조 크기가 3~4t 정도랍니다. 이런 산화조에 은행잎 3㎏을 보통 양파 담는 그물망에 넣어 집어넣습니다. 48시간 정도면 유충들이 다 죽는답니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이 방법으로 연간 6800만원에 이르는 화학 살충제 구입 예산을 절감할 수 있게 했습니다. 아예 은행잎을 알약 모양으로 압축한 펠렛을 뿌려넣기도 합니다. 살충제는 비싼 데다 해외에서 수입한 원액을 희석해 쓰기 때문에 비싸고 정화조를 거친 방류수 수질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김선찬 강남구청 보건과장은 “강남구 주택가에 있는 정화조만 2만 3000개가 넘는데 이 중의 약 1%에 모기 유충이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절기에, 특히 방역 활동이 뜸할 때 직원들이 일일이 정화조를 열어서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유충을 구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욱이 일부 주민은 살충제 냄새가 독하다고 역민원을 제기했다.”

 

강남구에서는 2009년 11월부터 전담부서를 설치해 친환경 모기 퇴치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해 지난해 1월 초음파를 사용해 모기의 산란을 방해하는 방법을 고안했고, 석달 뒤에는 고온·고압의 스팀 분무기를 사용해 모기 유충을 죽이는 방법도 개발했습니다. 지난해 특허청으로부터 발명특허를 받을 정도로 독창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양재천 등 공원과 산책로에 라벤더나 구문초((驅蚊草, 일명 로즈 제라늄)를 심었습니다.

 

강남구 보건소 사무실에는 구문초 화분이 있었는데 이 것 하나만으로도 모기가 16.5㎡ 안에 접근하지 못합니다.

이날 촬영에 적극 협조해준 정지홍(50) 주임은 “여름 밤 양재천에 나가 자동차에 구문초 화분 놓아두고 모든 문을 열어둔 채 내의 바람으로 있어봤다. 모기가 무나 보려고”라고 말했습니다. 팀원들이 집에 가서 연구하느라 부인과 가족들에게 핀잔 듣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했습니다.

 

촬영을 모두 마칠 즈음, 강남구의 모기 퇴치 노력을 배우겠다며 경기도 군포시 관계자들이 찾았습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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