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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삼각김밥 사먹을 때 로열티 걱정? 일본과의 ‘김 전쟁’

내년부터 삼각김밥 사먹을 때 로열티 걱정? 일본과의 ‘김 전쟁’

입력 2011-10-21 00:00
업데이트 2011-10-2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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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 대용으로 편의점에서 사 먹는 삼각김밥. 그런데 주재료인 김 때문에 값비싼 로열티를 일본에 지불해야 할지 모른다.

조선시대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 소개될 정도로 우리 민족이 오랜 세월 먹어 와 토종 식품으로 여기기 쉽지만 사실 양식되는 김 종자의 20%는 일본에서 들여온다. 대표적인 것이 방사무늬김. 부드러우면서도 잘 찢기지 않는 특성 때문에 삼각김밥에 주로 들어간다.

그런데 내년부터 김은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의 보호 작물로 지정돼 종자를 사고팔 때 품종 개발자에게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일본의 신품종이 지금과 같은 비율로 국내에 등록될 경우 지난해 김 양식 생산액 1865억원 가운데 11억~22억원의 로열티를 지급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22일 오전 7시와 오후 7시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이 지난 18일 오후 전남 목포시 용당동의 국립수산과학원 해조류바이오연구센터를 찾았다. 이 센터에서는 지난해부터 방사무늬김을 대체할 신품종 개발에 매진해 왔다.

현재 국내에서 양식되는 김은 크게 네 종류. 일본이 원산인 방사무늬김과 참김, 모무늬돌김, 잇바디돌김 등이다. 그런데 일본산 김은 생식을 신경쓰지 않고 생장에만 전념(?)하는 관계로 짧은 시간 많이 번식되지만, 국산 참김 등은 생식에 신경을 많이 써(?) 초기 생장 속도가 느린 점이 양식에 치명적인 약점이다. 따라서 토종 참김을 기반으로 일본산 김의 특성을 접목한 신품종을 보급할 경우 왕성한 방사무늬김의 번식력 탓에 설 자리를 잃곤 한다.

이곳의 자랑거리는 김 계통주 117개 등을 보유하고 있는 유전자원은행. 같은 전남 지역 김이지만 진도산과 완도산의 맛과 향이 다를 정도로 김은 지역적 특성이 판이하다. 더욱이 실내 배양에서 완벽한 형질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명된 신품종이 바다 양식을 거치면 형편없는 품종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다. 지역적 특성에 맞지 않아서다.

따라서 신품종 개발은 아주 복잡한 과정과 시간을 요구한다. 자생 김을 채집해 우량 엽체를 뽑아낸 뒤 얇은 실 모양의 사상체를 실내에서 배양해 생장도를 조사하고, 바다에서 적응 실험을 해야 한다. 바다 실험은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밖에 할 수 없어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된다.

하동수 해조연 연구관은 “바다에 서식하는 식물군의 유전자원을 연구하는 것이 지상에 서식하는 식물군보다 훨씬 까다롭고 어렵다.”고 말했다. 박은정 해조연 연구사는 “신품종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바로 어민 여러분에게 보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요. 안정적으로 이 형질이 나타나는지 시험 양식을 3번, 즉 3년에 걸쳐서 테스트를 한 다음에 보급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해조연은 올해 방사무늬김 신품종을 시험 양식하며 이르면 2013년에는 양식 어민들에게 보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연구사는 DNA 마커를 이용해 교잡체를 확인, 실내 배양의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기술을 최근에 학회에서 발표했다. 암수가 따로인 잇바디돌김과 달리, 암수 한 몸인 나머지 3종류의 김을 교접시키는 일은 쉽지 않기 마련. DNA 마커를 이용하면 어떤 유전자가 어떤 형질 변경을 유도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 수백 가지의 교접체를 일일이 확인하는 수고를 덜 수 있는 것.

현(縣)마다 연구소와 인력이 갖춰져 있고 또 대학과 연구소, 지자체, 어민단체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시스템을 갖춘 일본과 달리 우리는 박 연구사가 거의 유일한 김 육종 전문가. 일본과 우리의 연구 파워를 비교해달라고 주문하자 조심스레 “100 대 1?”이란 반문이 돌아왔다.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몇십분의 1에 불과한 것이 우리네 맨파워라고 했다.

해조연의 1년 예산은 9억원 정도. 유전자원 은행에 보존된 사상체를 담고 있는 해수를 한달에 한 번이라도 갈아주기 위해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해조연이 일본에 견줘 형편없이 떨어지는 연구 여건에도 불구하고 한가닥 희망을 갖는 것이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자연산 김. 생태계가 잘 보존된 우리 바다는 양식 품종 외에도 자연산이 김발에 자유롭게 붙어 함께 생산되기 때문이란다.

해조연이 일본과의 유전자원 개발, 다시 말해 로열티 전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더욱 많은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목포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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