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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부부 울리는 결혼업체…정작 그들은‘벌금? 내면 그만’

예비부부 울리는 결혼업체…정작 그들은‘벌금? 내면 그만’

입력 2011-11-04 00:00
업데이트 2011-11-0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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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7시와 오후 7시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 제작진이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주얼리숍을 찾았습니다. 웨딩 전문 스튜디오, 화려한 드레스숍 등이 주변에 널려 고가의 호화로운 예식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이 자주 찾는 곳인데요. 2층에 올라가니 철문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문에 붙은 ‘미납 연체료와 사기 혐의로…’라고 적힌 종이 한 장이 이 업체의 상황을 설명할 뿐입니다.

한때 고급상점으로 이름 났던 이 가게의 김모 사장은 지난달 초 계약금과 귀금속 8000만원 어치를 챙겨 달아난 겁니다. 졸지에 예물 사기를 당한 예비부부 15쌍은 김 사장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강남경찰서 담당 팀장은 “워낙 유명한 업체여서 수억 원 등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장을 출국금지하고 체포영장을 받아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몰디브로의 신혼여행을 계획했던 예비신부 이모씨는 그 꿈이 산산조각날 뻔 했습니다. 항공업체가 갑작스럽게 운항을 취소하는 황당한 일을 당한 겁니다.

“몰디브 직항노선이라고 해서 예약했는데,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어요. 싱가포르 경유 비행기를 다시 예약하느라 300만원이 더 들었습니다. 항공사가 피해액을 보상해주기로 했지만 사무실은 문을 닫고 전화도 안 받고 있어요.”

전화선을 통해 이씨의 한숨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비슷한 피해를 입은 예비부부들이 수백쌍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씨는 대체 항공권을 구했지만, 아예 신혼여행이 무산된 경우도 있습니다.

바가지 상술은 더 치밀해졌습니다. 웨딩업체들은 결혼 준비의 필수가 된 스튜디오 촬영, 웨딩드레스 대여, 신부화장 등 세 가지를 묶은 일명 ‘스드메 패키지’에 비용을 녹여,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팔고 있습니다.

하루 4~5시간 동안 1000장 가까이 사진을 찍는 스튜디오 촬영이 평균 80만원 정도. 촬영과 예식 때 입을 드레스 4벌과 턱시도 2벌 대여비가 90만원. 신부 화장과 머리 비용은 적어도 40만원을 잡습니다. 여기에 별도로 100만원 가량을 추가해, 전체 가격이 300만원을 훌쩍 넘습니다. 예비 부부가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건 이 추가비용 부분입니다.

결혼을 한 달여 앞둔 김성희(31)씨는 스튜디오측이 반강제적으로 권유해 원본사진이 든 CD를 사야했다고 전합니다.

“촬영 원본 CD를 20만원에 사라는 거예요. 여기에서 사진을 골라주면 그걸 토대로 수정을 해서 앨범을 만들어준다고. 아니면 사진관에서 임의로 사진을 골라 앨범에 넣는다는 거예요. 그러면 누가 사지 않겠어요.”

이것만이 아닙니다. 웨딩드레스를 입기만 해도 돈이 들어갑니다. 드레스 업체들은 지난 3월부터 세 벌 기준 3만원씩 챙기다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100만원을 부과받았습니다.

그래도 횡포는 여전합니다. 기자가 직접 서울 강남에서 열린 웨딩박람회에서 상담했는데, 당당하게 비용을 요구했습니다. 웨딩업체 관계자에게 “피팅비를 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기사로 나오긴 했는데, 업체들은 그냥 벌금 내고 진행하기로 했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의 김성환 총괄과장은 “회원 사업자들이 담합해서 피팅비를 받았다는 증거가 명확하다면 법 위반을 따질 수 있지만 개별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받고 있다면 법으로 제재하기가 곤란하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소비자들이 꼼꼼하게 따지고 챙겨봐야 한다는 겁니다. ‘벌금을 내더라도 고객들에게 비용을 더 받는 게 낫다.’는 뻔뻔한 상술에,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이 예비부부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기고 있습니다. 평생의 단 한 번 추억을 만들려는 예비부부들을 위해 당국의 더 철저한 제재가 필요합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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