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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4시간 이상 공부한 그, 사법시험에 도전하는 이유는

하루 14시간 이상 공부한 그, 사법시험에 도전하는 이유는

입력 2011-11-20 00:00
업데이트 2011-11-2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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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TV 쏙 서울신문’이 지난 15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국가직 7급 공무원 채용시험 합격자 명단에 최고령으로 이름을 올린 윤명수(53)씨를 충남 아산우체국에서 만났습니다. 기쁜 소식이 전해진 그날 오후였습니다.

윤씨의 사연은 아래를 꾸욱.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code=seoul&id=20111116011011&keyword=윤명수

직장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우체국 뒤 공원으로 나온 그는 커다란 짐을 벗어버린 듯 홀가분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4시간 남짓 인터뷰 내내 다음 목표를 향한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습니다.

그가 공부에 몰두한 공간은 직장에서 자동차로 20분 걸리는 옛 도고온천역 앞 우체국 관사 2층 방이었습니다. 그의 말대로 “공부 말고는 아무 것도 할 게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늘 독학으로 공부해온 그의 이력을 말해주듯 참 책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책상 달력과 다이어리. 달력의 날짜 칸에는 그가 공부한 시간들이 암호처럼 적혀 있었고 주간 단위 목표와 월간 단위 목표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했습니다. 다이어리에도 매일 그가 어떤 과목을, 어느 분량만큼 공부했는지 알 수 있도록 꼼꼼하게 기록돼 있었습니다. 책상 달력에는 ‘금주 금연 금커피’와 같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요. 어떤 일요일은 14시간 30분, 보통 평일에는 6~7시간씩 공부에 몰두했다는 것이 그대로 확인됐습니다. 심지어 가족과 함께 차례를 지냈어야 할 추석 날에도 그는 책을 파고든 시간을 아로새겨놓고 있었습니다.

커피까지 마다하는 이유가 언뜻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더니“위산이 지나치게 분비된다.”고 짤막하게만 답했습니다. 취재를 끝내고 한참 뒤에야 그 말이 화장실 가는 시간마저 줄이려는 고육책임을 깨달았습니다.

합격자 명단이 발표된 그날, 일기를 쓰면서“어차피 합격 여부는 결정된 것이니 한 순간도 헛되이 보내지 말자고 다짐했다.”는 그에게서 어떤 엄숙함마저 느끼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의 다음 목표, 사법시험입니다. 1997년 충북도 7급을 그만 둔 뒤 생활이 어려워, 자녀들 등록금을 대기 위해 노점상 등 안해본 일이 없는 그는 아파트관리사무소에서 한참을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이 때 교장이나 교감 등을 지낸 어르신들이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집에 돌아가서는 관심 분야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던 그들이 주민대표회의 결정에 따라 함부로 해고를 당하거나 임금을 삭감당해도 그들의 권리를 대변해주는 곳이 아무 데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들을 위해 변론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고 했습니다.

또 인생의 쓴 맛, 단 맛을 경험해보지 않고 법조인으로의 길을 걷는 이보다 자신이 하면 여러 비교우위가 있을 수 있다며 꼭 아파트사무소 직원과 같은 이들을 돕기 위해 사법시험에 도전하겠다는 각오 한 자락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의 각오는 이회창 전 대법관의 판결문을 분석한 글들을 모은‘법과 정의’(2001년 형설출판사)를 사기 위해 반년 가까이 서점 창가를 기웃거린 사연에서도 분명하게 읽힙니다. 3만원 정가의 책을 손에 넣기 위해 그가 번민했을 시간이 헛되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와의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아산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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