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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닥파닥’ 비상을 꿈꾸는 우리 애니메이션?횟집에 감독이 위장취업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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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개봉한 오성윤 감독의 ‘마당을 나온 암탉’은 220만 관객을 동원했다. 1967년 국내 첫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이 만들어진 뒤 44년 만에 최다 관객. ‘쿵푸팬더2’ 같은 할리우드 작품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의 영화를 통틀어도 10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또한 한국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 중국 300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했다.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 오돌또기의 내공과 한국 기획영화의 메카인 명필름이 손을 잡고 시너지를 낸 결과다.

지난달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은 다른 의미에서 성공을 거뒀다. 제작 단계부터 잔혹 스릴러를 표방해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의 순제작비는 1억 5000만원. 묵직한 메시지는 물론, 살인과 폭력, 욕설 등 과감한 표현까지 겹쳐 극장에 걸린 것만으로 기적이다. 하지만 웰-메이드란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까지 1만 4000명이 들었다. 손익분기점 5만명까지는 멀었다. 그러나 독립영화의 흥행 잣대로 삼는 1만명을 돌파한 데다 ‘19금(禁) 애니’란 점에서 의미있는 성과다.

10일 오전 7시와 밤 7시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 ‘TV 쏙 서울신문’ 방영

한때 할리우드의 하청기지로 전락했던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는 이 같은 성공에 한껏 고무됐다. 때문에 바통을 이어받을 후속 작품이 더 중요하다. 내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90% 가량 완성된 이대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 ‘파닥파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물고기를 소재로 한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2D와 컴퓨터그래픽(CG) 방식을 섞었다. 그렇다고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처럼 귀여운 물고기들이 떼로 등장하는 모험담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바다를 자유롭게 누비다가 어부의 그물에 걸려 횟집 수족관에 갇힌 고등어의 탈출기가 뼈대를 이루는데, 산 채로 회가 떠진 채 눈과 입만 끔뻑이는 생선들이 등장한다. 자유를 갈망하는 고등어와 그를 동경하는 놀래미, 수조 안의 권력자 넙치와 2인자 아나고 등 생생한 캐릭터들은 감독이 횟집에 위장취업을 하고, 고기잡이 배를 타면서 연구한 결과물이다.

이대희 감독은 “5년 전 애니메이션 회사에 다니던 무렵, 현실과 이상의 괴리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때 회사 앞 횟집 수족관 속 물고기를 보면서 문득 비슷한 처지란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그 안에서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겠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의 애니메이션들이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해 슬랩스틱을 벌여 관객을 사로잡았다면, ‘파닥파닥’은 사실적인 그림과 드라마의 힘에 승부를 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마당을 나온 암탉’과 ‘돼지의 왕’의 성공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관객 숫자 때문이 아니다. 토종 애니메이션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새로운 관객층을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물론 모처럼 호기가 마련됐지만, 위협 요인도 상존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내년 1월 발효되면 케이블 방송의 국내 애니메이션 편성 비율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애니메이션 업계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마당을 나온 암탉’과 ‘돼지의 왕’의 성공도 있었지만, 10여년에 걸쳐 만들어진 ‘소중한 날의 꿈’의 최종 관객은 5만여명이다. ‘쿵푸팬더2’의 1%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명암을 고스란히 드러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이면 국내 4년제 대학에 애니메이션학과가 생긴 지 10년이 되는데 그 곳에서 배출된 인력들이 본격적으로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할 시점이란 측면에서 긍정적 요인”이라면서 “‘파닥파닥’을 비롯한 창작 애니메이션의 성공 여부가 앞으로 다른 작품에 대한 투자 및 배급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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