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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논설위원 “북한 체제를 압박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느냐.”

구본영 논설위원 “북한 체제를 압박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느냐.”

입력 2011-12-24 00:00
업데이트 2011-12-2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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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7시와 오후 7시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한반도 정세를 집중 점검합니다. 통일과 대북 정책을 오랜 동안 취재한 구본영 논설위원이 출연했습니다. 다음은 전문.(실제 방송 내용은 다소 다릅니다.)

(이호준 앵커) 김정일 사망 이후 최대 관심사는 역시 김정은의 권력 승계가 순탄하게 이뤄질 것인가 일텐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구본영 위원) 현재까지 정황으로 보면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의 권력 이양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김정은이 맨 앞자리를 차지한 장례위원 명단에서 확인됩니다. 북한 체제의 독특한 관행상 장의위원 서열은 곧 권력 서열입니다. 장의위원 232명의 명단에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등 김정은 친위 세력들이 대거 포진해 있지 않습니까.

물론 김정은 체제가 중장기적으로 탄탄대로를 달릴 것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그것도 20여년 이상 후계 수업을 받은 김정일 위원장에 비해 이렇다 할 경력이 없이 1인자 자리를 승계한 만큼 입지가 불안정하다는 것이죠. 더욱이 국제적 고립과 식량난 등 최악의 경제난, 그리고 탈북 행렬에서 짐작되는 민심 이반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지 않습니까.

(최여경 앵커) 우리도 그렇고 주변 열강도 당장은 북한 체제의 안정화에 중점을 두는 것 같아요. 특히 미국은 트랜지션(transition)이란 단어를 썼죠. 이게 무슨 의미인가요. 아울러 여러 나라의 반응을 간단히 정리해 주시죠.

(구 위원) 한반도 주변국 중 북한이 불안정해지면 가장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되는 나라가 중국입니다. 예컨대 동북 3성으로 북한 주민의 대량 탈북 사태가 벌어지는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후진타오 국가 주석이 베이징 북한대사관 빈소를 찾아 직접 조문한 것도 북한의 안정을 바라기 때문입니다. 후 주석은 ‘김정은 영도’를 거론해 북한 내부의 권력 다툼을 차단하려는 메시지를 전한 것 같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 주민을 위로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 성명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북한의 평화적, 안정적 권력 이행을 원한다.”는 언급입니다. ‘권력 이행’이란 용어는 안정적인 권력이동에 방점이 찍힌 용어입니다. 이는 김정은 3대 세습정권이 안착하는 게 북한내부가 혼란스러워지는 것보다 낫다는 오바마 정부의 판단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과거 네오콘이 외교라인에 득세했을 때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권력 교체’(regime change)를 시도하려했던 것과 대비됩니다.

(이호준 앵커) 중국은 김 위원장의 사망을 당일 곧바로 파악했지만 우리는 물론, 미국과 일본 등은 카마득하게 몰라 정보력 부재 논란이 불거졌어요.

(구 위원) 중국 정부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당일에 파악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반면 정작 북한의 내부동향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우리나 엄청난 전자정보력을 자랑하는 미국도 특별방송이 나오기까지 감감무소식이었다고 합니다. 밀접한 북-중 관계를 감안하더라도 정부, 특히 엄청난 예산을 쓰는 우리 정보당국이 뼈아프게 여겨야 할 대목입니다.

(최여경 앵커) 시진트와 휴민트란 말이 자주 들려옵니다. 지난 10년 정권의 대북 접근으로 만들어진 인적 네트워크인 휴민트가 무너졌기 때문에 이런 정보력 부재를 드러냈다는 얘기인데요.

(구 위원) 아시다시피 시진트는 인공위성 등 첨단 장비를 통해 수집하는 전자 정보를 가리키는 반면 휴민트는 영화 007의 제임스 본드처럼 사람의 첩보활동으로 수집하는 인적 정보를 말합니다. 북한과 같은 폐쇄사회에서 권력내부의 은밀한 정보 수집은 시진트에만 의존해서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죠. 이번에 국정원이 휴민트에 취약성을 드러내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인적 정보망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 데에는 아마츄어를 대거 포진시킨 현 정부가 일차적 책임을 져야죠. 다만 근본적 원인은 지난 십수년간 정권이 몇차례 바뀌면서 정치적 외풍으로 정보라인의 줄서기와 이탈이 반복됐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현 정부 들어 남북접촉 빈도가 줄어든 것도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이호준 앵커) 북한에서도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와 다른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우리 정부도 조의나 조문단 파견 등에서 상당히 전향적인 움직임이지요. 남북 모두 어떻게 달라졌는지요.

(구 위원) 북한 주민들이 집단으로 조문하면서 오열하는 모습을 보면 애도 분위기는 김일성 주석 사망 때와 비슷해 보입니다. 그러나 애도의 강도는 김 주석 때에 비해 많이 약해졌다는 첩보나 분석도 없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김일성 시대에 비해 북한 주민들이 더 궁핍해지고 체제도 많이 이완된 것과 무관치 않을 듯합니다.

김일성 사망 때의 학습효과 탓인지 한국 사회에서도 분위기가 훨씬 차분해진 것같습니다. 당시엔 마치 남한 중심의 흡수통일 기운이 무르익은 양 기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만, 김정일 정권은 붕괴하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성명을 통해 북한 주민을 위로하는 형식으로, 간접적으로 조의를 표시한 것은 잘한 일이라 봅니다. 물론 조문에 부정적인 여론도 적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 사건이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을 뒤에서 조종한 독재자에게 무슨 조문이 필요한가 라는 주장이죠. 그러나 북한 체제를 압박한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고, 어차피 평화통일을 위한 대화의 상대로 인정한다면 일정한 수준의 조의 표시에 인색할 이유는 없겠지요.

(최여경 앵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김정일 사후의 북한을 둘러싼 불안정성이 내년까지 죽 이어질 것이란 점이지요. 대북이나 열강과의 관계들을 풀어나가기 위해 우리 외교 정책의 목표와 수단 등을 총점검해야 할텐데요.

(구 위원) 내년만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은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우리로선 북한 붕괴를 통해 흡수통일을 추구한다는 인상을 줘선 안될 것입니다. 북한체제를 코너로 몰지 않으면서 그들 스스로 점진적인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 주민의 생활의 질을 개선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굶주리는 북한 동포들에게 인도적 차원의 지원에는 인색해선 안될 터이지만, 대규모 경제지원은 북한의 핵 및 대량살상무기 개발 포기 등과 연계해 빅딜을 통해 풀어나가는 게 바람직하겠지요. 이를 위해 북핵 6자회담과 남북회담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주변 4강 중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큰 중국을 설득하는 것도 우리 외교의 최대 과제일 것입니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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