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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눈이 온다면 온다?서울 성동구 제설의 달인 김동찬 팀장

그가 눈이 온다면 온다?서울 성동구 제설의 달인 김동찬 팀장

입력 2011-12-30 00:00
업데이트 2011-12-3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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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눈이 내릴 것 같지 않았다. 서울에 대설예비특보가 내려진 지난 23일 오후 7시쯤, 국철 중앙선 옥수역 구내의 성동구 도로관리사업소를 찾았다.

 

건설현장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레미콘 트럭들이 2대, 그보다 작은 제설 트럭들이 서너 대쯤 눈에 띄었다. 굴삭기가 푸른색 방수천으로 덮은 3층 정도 높이의 무더기에서 뭔가를 끄집어내고 있었다. 그리고는 레미콘 트럭에 그걸 들이붓고 있었다.

 

그 무더기는 서울 성동구에서 한 겨울 사용되는 염화칼슘과 소금으로 그 양이 자그만치 1500톤.

 

31일 오전 7시와 오후 7시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이 김동찬(57·기능직 6급) 토목과 제설현장팀장이 제설제를 제설차에 싣는 작업을 지휘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김 팀장은 눈이 오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9시쯤 옵니다. 걱정 마세요.”라고 답했다. 그러나 작업이 끝난 밤 8시쯤, 하늘 한 자락에 별이 총총했다.

 

염화칼슘은 빠른 제설 효과만큼이나 부식시키는 성질도 강하다. 차량 부식을 가속화하고, 도로와 다리 등의 콘크리트를 약화시켜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토양을 알칼리화해 가로수를 고사시킨다. 해서 서울시는 염화칼슘을 도로에 살포할 때 소금과 절반 섞어 뿌리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자치구에서 마구잡이로 뿌려대다 보니 효율적이지도 않고, 환경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시간이 흐르면 굳어버리는 성질의 염화칼슘을 지나치게 도로에 쏟아붓는 것도 예산 낭비 지적을 불러들인다.

 

그러나 성동구 사정은 조금 다르다. 김 팀장이 미친 사람처럼 새벽에 홀로 나와, 한밤중까지 연구해 만든 레미콘 제설 트럭 덕이다.

 

보통 눈이 내리면 5분 만에 도로가 엉망이 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눈이 내리기 전 비탈진 도로 주변에 대기하고 있다가 제설제를 뿌려야 한다. 그런데 기존 제설차량에 염화칼슘을 미리 실어놓을 수는 없었다. 굳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껏 제설제를 실었다 하더라도 제설차가 취약 지대에 출동하고 나면 이미 도로는 빙판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 때 제설제를 뿌려봐야 소용 없는 일.

 

1978년 공무원이 된 뒤 제설 현장에서만 꼬박 19년을 일해온 김 팀장은 ‘어떻게 하면 토양 오염과 도로 파손을 줄이면서 효과적으로 눈을 치울 수 있을까.’를 고심했다. 변변히 공부한 것도 아니다. 중학교만 나와 공무원이 되기까지 카센터에서 일한 게 고작이었다.

 

어느 날, 레미콘 트럭을 이용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손수 개발에 나섰다. 드럼통을 용접하며 작은 레미콘 트럭을 손수 제작해 자신을 얻은 다음, 본격적으로 레미콘 트럭을 개조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해서 개발한 레미콘 제설 트럭에는 무려 14톤의 염화칼슘과 소금을 적재, 90일 동안 보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눈 예보가 내려진 지역에 대기하고 있다가 곧바로 살포할 수 있다.

 

아무렇게나 제설제를 도로에 흩뿌리는 기존 제설 차량의 약점을 해결하는 방안도 연구했다. 차량 운전자가 제설제의 살포 방향을 지정해 원하는 양을 원하는 속도로 뿌려주는 장치를 개발해 레미콘 트럭에 붙였다.

 

2006년에 실용신안 특허를 냈고 이후 특허권을 통해 나오는 수입은 모두 성동구청으로 넘겼다. 일본 특허를 얻었고 현재 미국, 중국, 유럽연합, 캐나다 등에 출원 중이다. 이웃 용산구, 대구, 김포공항 등에서 제설 차량을 임대해 쓰고 싶다는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해서 성동구는 여느 지자체보다 빠르고 효과적이며 친환경 제설 능력을 자랑한다. 그래서 붙여진 김 팀장의 별명이 ‘제설의 달인’.

 

김 팀장이 눈이 올 것이라고 ‘예언’한 9시에 2분이 모자란 시각, 거짓말처럼 눈이 쏟아졌다. 김 팀장이 개발한 레미콘 제설 트럭이 성동구의 고개와 언덕배기 골목을 종횡무진 누빈 것은 물론이었다.

 

김 팀장은 서울신문과 행정안전부가 공동 주관하는 제2회 지방행정의 달인 22명에 포함되는 영광을 안았다.

 

새해 1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시상식 및 사례 발표회가 열린다. 최우수 달인 1명에게 대통령 표창이, 우수 달인 2명에게 국무총리 표창, 달인 18명에게 장관 표창이 수여된다.

 

눈 오는 날. 성동구의 도로를 미끄러지지 않고 달린다면 김 팀장에게 감사할 일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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