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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농가와 소비자 모두를 울리는 유통구조

축산농가와 소비자 모두를 울리는 유통구조

입력 2012-01-06 00:00
업데이트 2012-01-06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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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값이 폭락하고 있다는데 정작 소비자들이 느끼는 소고기값은 별반 변동이 없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1등급(1++, 1+, 1) 이상 소고기는 한우인지라 가격 하락에 별 영향을 안 받기 때문이다. 송아지값 폭락의 대상인 육우는 보통 2·3등급이 대부분이어서 가격이 많이 하락했을 텐데 찾아보기가 어렵다. 단체 급식이나 가공용에서 공급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국내 소고기 시장에서 한우와 육우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90%와 10% 정도였으나 최근 들어서는 95%와 5%로 격차가 더 커졌다. 수입 소고기에 밀리고 정부의 각종 지원 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하다 보니 육우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한우와 육우의 교잡종 등 육우의 품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아예 없다. 가격이 싸고 정부 지원도 없다 보니 빨리 키워서 시장에 내보내는 것이 축산농의 유일한 대책이다. 한우는 30개월가량 길러 시중에 나오지만 육우는 20개월가량이면 시장에 나온다.

국내 한우 브랜드는 220개로 추정된다. 이 중 국민들의 뇌리에 남은 브랜드는 10개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소비자시민모임과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매년 우수축산물브랜드를 심사해 한우브랜드 30개를 선정,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육우 브랜드는 목우촌육우와 우리보리소 등 2개 정도만 알려져 있다.

한우 브랜드화는 일본의 화우를 모델로 하고 있다. 일본 화우는 방목 위주로 키우고 유통 단계별 품질 관리가 철저해 우리나라보다 2단계 등급이 높은 것으로 간주된다. 일본의 국내 소고기 시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화우를 중심으로 한 고급 소고기 시장이 40%이고 나머지 60%를 육우 시장이 점유하고 있다.

조석진 영남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6일 “2010년 현재 일본의 213개 소고기 브랜드 중 육우가 33개, 교잡종이 60개”라며 “육우 및 교잡종이 일본 전체 소고기 생산의 60%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낙농업계를 대표하는 전문가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지난해 세계낙농대상을 받았다. 그는 “지금은 수입산 소고기가 싼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웠지만 미국·호주·중국 등지에서 일본 화우를 개량한 자국산 화우를 수출할 것”이라며 “저가 수입 소고기로 육우 시장이 무너졌듯이 고가 수입 소고기가 들어오면 한우 시장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우 시장의 위기 징후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한우 브랜드는 많지만 도축과 유통 단계가 정밀하게 관리되지 못하다 보니 수출은 언감생심이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타이완과 홍콩은 수입 위생조건을 못 맞춰서, 중국은 가격 측면에서 수출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한우와 싼 수입산 소고기로 가격이 양극화되면서 서민은 저가 수입산 시장으로 몰렸다. 반면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2010년 10월과 2011년 11월 200여명에 대한 한우 선호도를 물은 결과 ‘좋아한다’(매우 좋아한다, 좋아한다, 약간 좋아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86.9%다.

가격대가 다양하다면 국내 소비시장의 확대가 가능하다.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육우에서도 1등급이 12% 이상 나온다.”며 “한우보다 사육 기간이 10개월 정도 짧아 마블링이 안 돼 있다는 이유로 질 낮은 고기로 취급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통 과정의 투명화만 이뤄진다면 적정한 가격의 육우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셈이다.

최근 소고기 유통 구조는 직거래가 늘어나다가 주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생산자 단체로 출하되는 비중이 2003년 12%에서 2009년 40%까지 늘었으나 2010년 26%로 줄어들었다. 소비지 유통 단계에서 대형 유통업체를 통한 유통 비중은2003년 20%에서 2009년 39%까지 늘다가 2010년 30%로 줄어들었다. 소고기값 중 유통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37.7%이다. 반면 미국은 53.6%이다. 유통 마진이 높지만 철저한 품질 관리가 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글 / 홍희경·임주형기자 saloo@seoul.co.kr

영상 / 문성호 sung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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